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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佛 敎 ♣/전국의 사찰

군산 동국사(東國寺)

by 범여(梵如) 2013. 1. 31.

♠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왜식(倭式) 사찰이자 어둠의 시절
이 땅에 침투한 왜식 불교의 쓰라린 화석 - 동국사(東國寺)


▲  동국사 대웅전(大雄殿) - 등록문화재 64호

군산 도심인 금광동에는 특이한 모습의 절집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나라 유일의 왜식(倭式) 사
찰인 동국사이다. 이곳은 마치 왜열도의 오사까나 나라, 교토(京都)의 어느 절집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물씬 풍기게 하는데, 그럼 어찌하여 왜식 절집이 군산 한복판에 건방지게 박혀 있는 것
일까?

때는 19세기 후반, 왜국(倭國)은 호남평야(湖南平野)에 군침을 질질 흘리며 그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군산을 개항할 것을 대한제국(大韓帝國)에 요청했다. 그들의 징징거림에 마지못해 군산을
개방하자 왜인들이 밀물처럼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 왜식 불교도 덩달아 들어와 절과 포교원을
세웠다. 동국사는 바로 그 시류를 타고 1909년 왜인 승려 내전불관(內田佛觀)이 왜인 일조통(一
條通)의 집을 빌려 만든 포교소에서 시작된다.
1913년 승려 우치다(內田)가 군산 왜인들의 지원을 받아 지금의 자리로 절을 옮겨 금강선사(錦
江禪寺)라 이름 짓고 본당(本堂)과 고리(庫裡)를 만드니 그것이 지금의 동국사 대웅전이다. 이
절은 왜국 조동종(曹洞宗) 소속이었다.

왜열도에 불교가 들어간 것은 6세기 중엽으로 백제(百濟)의 중흥을 꿈꾸며 동분서주하던 성왕(
聖王, 523~554)이 속방(屬邦)인 왜열도를 교화시키고 백제와 왜의 일체를 견고히 하고자 불교를
보냈다. 많은 백제 승려와 건축공들이 왜로 건너가 불교를 전파하고, 백제의 주요 건축양식이던
하앙식(下昻式) 건물의 절을 많이 지었는데, 그것이 점차 왜국 건축양식의 중심이 되었다.
허나 세월이 흘러 19세기 이후 왜가 조선을 월등히 앞서게 되면서 상황은 뒤바뀌게 된다. 1876
년 군사력으로 어거지성의 강화도조약(江華島條約)을 성사시킨 왜국은 유리한 입장에서 조선에
활발히 진출을 벌이는데, 그 과정에서 왜국 불교까지 들어와 조선 불교를 위협하며, 왜식 사찰
까지 들어서게 된 것이다.

1913년 본당을 세운 이후, 1919년 범종과 범종각을 만들었고 1921년에 대문 돌기둥을 만들었다.
1932년 개축을 벌였으며, 1945년까지 왜인이 관리했으나, 해방 이후 그들의 땅으로 쫓겨나고 미
군정(美軍政)에 몰수되었다가 우리나라 정부에 넘어갔다.
1955년 전북종무원에서 매입하여 대웅전으로 삼았으며, 1970년 승려 남곡이 동국사로 이름을 갈
았다. 여기서 동국은 '해동대한민국(海東大韓民國)'의 약자로 대한불교조계종 24교구에 이 절을
증여해 현재 선운사(禪雲寺)의 말사(末寺)로 있다.

왜정(倭政) 때 지어진 왜식 절은 해방과 더불어 죄다 박살이 났으나 이곳만은 운이 좋게도 살아
남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우리나라 유일의 왜식 사찰이자 어둠의 시절을 상징하는 뼈아픈
역사의 흔적으로 남게 되었다. 근래에 들어 군산시에서는 군산시내에 흩어진 근대문화유산을 정
비하고 야무지게 홍보하면서 동국사는 군산 지역 근대문화유산의 성지(聖地)이자 군산에서 꼭
가봐야 되는 주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혹자(或者)는 그런 것을 뭐하러 남기냐 반문하겠지만 엄연히 이 땅을 거쳐간 역사의 흔적이다.
무작정 밀어버릴 것이 아니라 가치가 있는 것은 보존하여 후대의 경계로 삼고 문화유산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동국사 하나 밀어버린다고 왜정 35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국사는 왜식 건물인 대웅전(요사 포함)과 범종각 그리고 근래에 지어진 1층 건물이 전부이다.
대웅전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좌측으로 요사(寮舍)와 이어져 완전히 하나의 커다란 건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한 건물 안에 대웅전과 요사가 모두 들어있는 셈이다.

대웅전 본전은 정면 5칸, 측면 5칸의 정방형 단층팔작지붕 건물로 왜국 에도시대(江戶時代) 건
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우리나라 절집과 달리 단청(丹靑)이 없어 밋밋하고 소박한 느낌을 선사
하며, 건물 꼭대기의 용마루는 우리나라 건물과 달리 일직선을 이룬다. 건물의 거의 절반 이상
을 차지하고 있는 지붕은 그 높이가 상당하여 비례도 안맞아 보이고, 다소 육중해 보인다. 건물
의 아랫도리가 저 지붕을 받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  요사로 쓰이는 대웅전의 좌측 부분

대웅전과 이어진 요사는 본전과 달리 지붕이 2겹으로 되어 있다. 본전과 요사 사이로 움푹 들어
간 부분에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건물의 전체적인 모습은 거의 '工' 구조이다.

▲  대웅전의 뒷부분

▲  대웅전의 좌측 요사의 뒷부분

▲  대웅전 본전과 요사를 잇는 복도

▲  대웅전 본전 내부


▲  왜식 건물의 방 구조를 여실히 보여주는 종무소(宗務所)

▲  동국사 소조석가여래3존상 - 보물 1718호

대웅전 불단(佛壇)에는 동국사에서 가장 오래된 보물인 석가3존불이 유리에 봉안되어 있다. 이
불상은 나무로 틀을 짜고 진흙으로 빚어서 만든 소조불(塑造佛)로 원래는 김제 금산사 대장전(
大藏殿)에 있었다. 그러다가 해방 이후 이곳으로 넘어왔는데, 그 사유는 분명치가 않다.

1650년(효종 1년)에 조성된 조선 중기 불상으로 금동(金銅)의 석가불을 중심으로 좌우로 가섭존
자(迦葉尊者)와 아난존자(阿難尊者)가 협시(夾侍)해 있다. 보통은 관음보살(觀音普薩)이나 보현
보살(普賢菩薩) 등의 보살이 그를 협시하는데 반해 여기는 그의 제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
는 것이 특징이다.
환한 표정의 살며시 미소를 머금은 석가불은 통견의에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취하고 있으며,
그들 뒤로 고운 빛깔의 후불탱화가 든든하게 자리해 있다. 또한 그들 배에서 나온 복장(腹臟)유
물은 한지 다발과 사용하지 않은 한지(韓紙), 묵서 발원문, 묘법연화경과 보협인경 목판본 등의
전적(傳籍)류, 은제 후령통, 직물류, 곡식과 약초류 등 373점으로 불상 조성 당시의 상황을 밝
히는 소중한 자료이다. 이들은 불상과 한 덩어리로 보물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리 유쾌하지 못한 시절에 지어진 왜식 절집, 그리고 거기서 만난 조선 중기 불상, 마치 우리
나라에서 빼돌린 불상을 봉안한 왜국에 어느 절집 같은 기분이다. 다행히도 우리 땅이라 망정이
지 실제 왜열도였다면 부아가 치밀어 유리를 박살냈을지도 모른다.

▲  대웅전 앞에 자리를 튼 귀여운 동자 모습의 보살상들 (지장보살로 여겨짐)

 ◀  왜식으로 지어진 조그만 범종각(梵鍾閣)
동국사 경내 맨우측에는 1919년에 지어진 범종
각이 있다. 네모난 석대(石臺)를 만들고 그 위
에 자리한 범종각에는 같은 시기에 왜국 교토에
서 조성된 쥐꼬리만한 범종이 걸려있다.
우리나라의 범종각과 달리 그 모습이 작고 범종
도 장난감만해 풍채가 좋은 우리나라 종과는 확
연한 차이를 보인다.


▲  범종각에 걸린 작은 범종

범종의 주요 부분인 유곽의 유두(乳頭)가 우리나라와 달리 25개나 된다. 종 피부에는 왜왕(倭王
)을 찬양하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으며, 종이 작아서 부처의 메세지가 속세에 제대로 울려퍼
질련지 모르겠다. 범종보다는 거의 장난감종이나 식사시간을 알릴 때 치는 종으로 더 적당해 보
인다.

▲  범종각을 둘러싼 조그만 보살상 36기

범종각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싼 석조보살상은 1917년에 조성된 것으로 그 모습이 정말로 제각각
이다. 왼쪽 사진의 보살은 마치 몸이라도 푸는 듯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
적인 그들의 모습에 눈길이 좀처럼 떼어질 줄을 모른다.

※ 동국사 찾아가기 (2012년 12월 기준)
*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센트럴시티)에서 군산행 고속버스가 15~20분 간격으로 떠나며, 동서울터
  미널에서 50~90분 간격, 남부터미널에서는 1일 3회 떠난다.
* 용산역, 영등포역, 수원역, 천안역, 대천역에서 장항선 열차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떠난다.
* 인천, 고양, 부천, 성남, 수원, 천안, 대전(동부/유성), 청주, 전주, 익산, 광주, 대구(서부)
  , 부산(동부)에서 군산행 직행버스 이용
* 군산역과 군산시외/고속터미널 앞, 터미널 남쪽 팔마광장에서 명산4거리(대학로) 경유 군산대
  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명산4거리 하차, 버스는 자주 다닌다.
* 명산4거리에서 도보 2분. 이정표가 명산4거리와 절입구에 있어 찾기는 쉽다.
* 승용차로 가는 경우 (절 주변 골목에 주차 요망)
① 서해안고속도로 → 동군산나들목 → 대야교차로에서 21번 외곽국도로 우회전 → 군산대교차
   로에서 대학로로 우회전 → 명산4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바로 나오는 4거리에서 동국사길로 좌
   회전 → 동국사
② 서해안고속도로 → 군산나들목을 나와 군산 방면으로 직진 → 미원동4거리에서 우회전 → 명
   산4거리 직진하여 바로 나오는 4거리에서 동국사길로 좌회전 → 동국사
* 소재지 - 전라북도 군산시 금광동 135-1 (☎ 063-462-5366)
* 동국사 홈페이지는 아래 사진을 클릭한다.


▲  동국사 뒤쪽에 병풍처럼 둘러진 대나무밭
산바람이 불면서 대나무의 향연이 그윽히 울려 펴진다.

 

가져온 곳 : 
카페 >인드라망
글쓴이 : 마애불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