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09년 2월 15일
산행코스: 빼재 - 수정봉 - 삼봉산 - 소사고개 - 삼도봉 - 대덕산 - 덕산재
거리/시간: 15.2km. 약 5시간 30여분소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다 해발 1250m 고지에 눈발은 휘날리고 불어 닥치는 눈보라에 1개 봉우리 2개재 2개 산을 완주해야 하기에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거기다가 갑자기 오른쪽 근육이 뭉쳐 쥐가 나는 바람에 무척이나 힘이 들었고 1254m의 삼봉산 정상을 밟고 다시 배추밭, 보리밭의 완전 평지까지 간 후에 다시 1290m 대덕산을 올려가야 하는 엄청난 체력과 인내력을 요구했다 빼재 - 수정봉 - 삼봉산 - 소사고개 - 삼도봉 - 대덕산 - 덕산재 의 총 15.2km의 거리를 5시간 30여분에 주파. 그래도 大幹한 코스를 마감 했다는 뿌듯함. 그래도 이 맛에 산에 미치는가보다 범여는? |
1주 만에 다시 빼재에 섰다
그러나 오늘의 진행방향은 3주전 지리산 방향(덕유산 향)과는 달리 백두산 방향(대덕산 방향)이다.
빼재에서 마루금에 오르는 약 4-5분 정도의 된비알을 제외하면 순조롭게 마루금을 시작한다.
잘 정비된 등산로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이러한 길은 삼봉산(덕유산 향적봉에서 보면 세 개의
봉우리가 山자의 형태가 가장 잘 보인다고 해서 덕유삼봉이라고도 한다)에 이르기까지
1시간 30분 이상이나 지속된다. 빼재에서 덕유산 방향으로 진행되던 다소 까탈스러운 길과는
느낌이 전혀 달라 오늘 산행이 비교적 쉽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수정봉 정상(1,090m)
평탄한 능선길에서 오른쪽 고제면 화려한 불빛은 따라 붙는데 왼쪽 수정봉(수령봉)은 자태를 숨긴다.
된새미기재를 지나고 긴 잡목 숲을 헤치고 나가니 전망이 트이며, 내리막을 내려서서
헬기장에 다다른다.(호절골재에서 선두조는 세찬 바람 탓에 후미를 기다리지 못하고 휴식도
없이 계속 삼봉산으로 향한다.오늘따라 선두의 걸음이 빠르게 느껴진다.
삼봉산 가는 길에서(해발 1254m)
경남-전북 도계 능선을 버리고 동쪽으로 크게 돌아, 왼쪽 사면에 천길 낭떠러지의 깊은 계곡을
의식하며 급전 직하의 내리막을 접하니 매우 조심스럽고 차라리 눈 쌓인 길이 다행스럽다.
1시간 남짓을 등에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 눈 쌓인 직벽을 밟아 내리다
보니 어느새 동쪽 사면엔 바람이 잦아졌고, 멀리 국사봉이 운무속에 아련히 보인다.
너덜지대를 지나 다소 느슨해진 내리막 경사에서 뒤 돌아본 삼봉산의 위용은 가히 덕유의 큰
기상을 간직할 만하다.
삼봉산 가는 길에서 만난 산꾼, 혼자서 2박3일 일정으로 가는 중이란다.
삼봉산 가는 오르막 길에서 덕유산을 종주하고 덕산재를 넘어가는 2박 3일을 산행하는
젊은 산꾼이 왜 그리도 부러운지... 난 언제 저렇게 함 해보나... 목구멍이 포도청인 걸
천당에서 지옥으로 완전히 도로까지 내려 가야 하는데 벌써 눈보라에 몸은 지치고...
이리도 험하고 가파른 길을 무엇이 좋아서 찬바람 맞으며 걷고 있는지..이 대지를 사랑함은 내가
나의 의지로 직접 내 딛는 이 땅 곳곳에 환호할 만한 아름다움이 있기에...이 땅을 향해 솟아
오르는 저 태양처럼 결코 하나의 경치로 머물지 않고 내가 찾아가는 아름다움으로, 내가 찾는
자유로 다가온다.
전북 무주에 소재한 삼봉산(1,254m) 정상에서
삼봉산 정상에서 두 어 개의 암봉을 지나면 곧 바로 내리막길이다.
산행에서 내리막길은 언제나 즐겁다. 적당하게 숨을 고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봉산에서 내려서는 길은 도중에 전혀 고도를 높일 줄 모르고 한없이 내려간다.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던 진행로는 소사고개에 이르러서야 겨우 멈춘다.
소사고개에는 포장된 도로 그리고 민가가 있으니 진행로는
산 밑바닥을 내려선 것이나 다름없다.
이쯤 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내려온 만큼 올라가야하는 가파른 길과 여기에 수반되는
고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사고개(경남 거창)에서 삼도봉가는 길을 알리는 리본
이 곳 소사고개(도마치)에는 호랑이에 죽은 귀신(창귀)에 제사를 올리는 호식총(虎食塚) 이 있어 ,'산맥이'
라 불리우는 산제의 한 형태로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만큼 이곳 마을들이 오지를 이루고 큰
산 아래 고갯마루를 넘나들며 힘겨운 역사를 이어오는 것일게다.
봉우리 봉우리 마다 작은 神, 큰 神이 자릴 잡듯 , 계곡 골짜기 마다 온갖 귀신들이 자릴 잡은 이
땅에, 이 고개를 지키는 어느 귀신이 있어 이리도 산꾼들을..
대간 가는 길은 산 능선만 가는게 아니고 고랭지 채소밭도 보리밭도 지나야 하고
삼봉산 아래 우마차도로 절개지를 지나 조림지대 숲을 벗어나니 대간길은 밭 한가운데를
거쳐지나고 도마치라 불리우는 소사고개에 다다른다.(1089지방도,전북 무풍-경남 고제)
도로 맞은편 대간 길로 올라서는 언덕 아래 채소 밭 후미진 곳을 찾아 허기진 배를 채우려 베낭을 펼친다.
다행히 세찬 바람은 삼봉산을 따라 넘지 못하고, 수도산(1316m)을 힘겹게 올라오는
먹구름에 휩싸여 양지바른 언덕을 병풍처럼 펼쳐진 삼봉산 동쪽
사면이 하얀 분칠을 한 채 먹구름을 가득 안고 양털 같은 구름 목걸이를 두르기 시작한다.
大幹은 산 꼭대기만 가는게 아니고 완전히 바닥까지 온 다음에 다시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이....
삼봉산에서 부터의 즐거운 내림길과 삼도봉까지의 고통스러운 오름길은
자칫 잊을 뻔 했던 중대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
바로 ‘우주의 법칙’인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다.
이는 직계 혹은 방계(?)를 통해 유사한 말들을 수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좋은 일 뒤에는 항상 나쁜 일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집안을 들여다보아도 밝은 면이 있고 어두운 면이 있다’,
‘삶에 곤란이 없으면 자만심이 넘쳐 남의 사정을 잘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등등의 고상한 말이 있는가 하면, ‘잘 나갈 때 방방 뜨지 말고 추락할 것으로 조심해라’,
‘있을 때 잘해’와 같은 속된 표현도 있다. 다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삶의 법칙’이라 하겠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은 바로 ‘계실 때 잘해’라는 말을 연상시킨다. ‥‥‥‥
전북(무주) 경남(거창)경북(김천)의 경계인 삼도봉(해발 1,248m)
삼도봉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나니 저 멀리 가야산이 아스라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삼도봉은 동쪽으로 힘찬 산줄기를 내려놓는다. 이름하여 수도지맥(신 산경표 저자 박성태 분류)이다.
수도지맥은 수도산, 가야산(사실 가야산은 수도지맥에서 다시 가지를 친다) 등 명산을 품고 있으며
황강과 낙동강이 연결되는 지점까지 이어진다.
초점산(草岾山)이라 불리우는 이곳 삼도봉(1,248)에는 나무가 별로 없고 억새 밭을 이룬 정상
부근이 눈으로 덮혀 있다. 작은 화강석 정상 표지판이 부러진채 넘어져 있고, 경남,북과 전북의
도계가 만나는 이곳 정상은 남으로 확 트인 전망을 보이며 동서쪽으로 넓은 시야를 이룬다.
비바람에 휩싸인 대덕산(해발 1290m, 경북 김천소재)
삼도봉에서 대덕산까지는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체된다. 삼도봉 오름길에서의 체력적인 요인과는 달리
여기서는 산죽과 멋진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수많은 눈꽃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것도 고생 끝에 맛볼 수 있는 樂이 아니겠는가.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는 우주의 법칙을 다시금 절감하는 순간이다.
완만한 능선을 천천히 여유롭게 올라선 대덕산 정상(1,290m)은 헬기장을 이룰 만큼 넓고 ,
사방으로 광활한 시야를 확보되지 않아 흐린 날씨에 한 껏 주변을 조망할 수 없는 아쉬움에...
남서쪽으로 삼봉산이 마주하며 그 뒤로 큰 물결로 다가오는 지나온 덕유..지봉, 대봉, 향적봉,
장수덕유....골골을 이루며 작은 삶터를 이루어가는 우리의 착한 민초들..찬 겨울을 지나고 또
움트는 새 봄을 기다리며 그렇게 묵묵히 지켜온 역사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대덕산 가는 길에서 본 삼도봉
삼도봉에서 대덕산까지는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체된다.
삼도봉 오름길에서의 체력적인 요인과는 달리 여기서는 산죽과 멋진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수많은 야생화들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것도 고생 끝에 맛볼 수 있는 낙이 아니겠는가.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는 우주의 법칙을 다시금 절감하는 순간이다.
마주하는 대덕산 능선은 대조적으로 매우 부드럽고, 단지 오른쪽
(대덕)삼도봉까지의 오름길이 만만치 않게 된오름을 이루고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저 길 왜 가야만 하는 지(?)
상큼한 바람이 스친다.나는 힘들게 찾은 자유와 신선한 이 땅을 둘러싼 공기를 사랑한다.
그렇다. 쉽게 이룬 자유와 행복과 멋은 금새 내 곁을 떠날 것이다. 편안한 길은 싫다.
어차피 인간은 다 똑 같은 삶을 살아 갈 수는 없겠지...어울려 살아가자는 사람들의 좋은 의도도,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튀어나는 남들의 행동에는 모난 징으로 응징하며 시기하지만 ,행여나
자기들의 머리위를 걸어감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아닐까...
어디 힘들지 않은 산이 있으랴마는 오늘은 너무 힘이드네
대덕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오랜만에 산책의 기분을 느낄 정도로 부드럽다. 조릿대 숲과
억새 밭을 지나며 작은 안부를 거친 후, 대덕산 정상으로의 오름길은 키작은 참나무 밭이 온통
군락지를 이루며 산꾼의 발길을 멈추게한다. 부드럽지만 웅장하다. 정상위에 몇 그루 푸른
소나무가 온통 은색으로 빛나는 화려함에 장식처럼 멋을 부린다.
대덕산 정상에서( 해발 1290m:경북 김천)
대덕산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대덕산이 낙동강 발원지’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대덕산에서 흘러내린 물은 김천을 감싸는 감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합류하니 발원지라는
말이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공감하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통상 발원지라고 하면 하나의 지점으로 통용된다.
만약 대덕산이 낙동강의 발원지라면 낙동강의 발원지는 수없이 많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하여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분기하는 지점까지의 모든 산(골짜기)이 낙동강 발원지가 된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낙동정맥 및 낙남정맥상의 연봉들도 낙동강 발원지라면 발원지이다.
대덕산은 낙동강뿐만 아니라 금강의 발원지라고도 할 수 있다. 대덕산에서
시작된 물은 무주 남대천을 거쳐 금강 상류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덕산 정상에는 대덕산이 금강의 발원지라는 안내 간판은 없다.
이런 저런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낙동강 발원지라는 안내판을 세워둔 이유를 모르겠다.
행여 자연(산)을 두고 얄팍한 생각을 했다면 즉시 그만두어야 한다.
둥그스럼하고 넉넉한 산 누가 보아도 大德이라는 단어를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모양새다.
지금 서 있는 대덕, 지나온 덕유 그리고 백덕, 광덕 등등은 사실 모두 같은 뜻이다.
넉넉함을 지니고 있는 형제 산이라는 것이다.
산꾼의 목을 축여주는 얼음골 약수터 사랑샘은 얼어부터 버렸고...
북쪽으로 내려선 후 작은 봉우리를 우회하여 오른쪽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능선을 만난다.
30분 남짓의 내림길은 다행히 험하지는 않다. 조릿대 산죽을 덮은 눈덩이가 뭉게 구름 밭을
이루고,다소 완만한 내림길에 얼음골 약수터는 꽁꽁 얼어 붙은 채로 어디선가 본듯한 약수터
찬양 싯귀를 간판처럼 내밀고 있다.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인 덕산재에 안착
경북 김천시 대덕면 소재의 덕산재
덕산재 고갯길(640m, 30번 국도,무풍-대덕)에 내려서니 삼도봉 터널 탓에 통행이 적은
국도 상의 주유소는 산삼 연구소로 바뀐채 하얀 칠로 단장하고 목탁 소리를 밖으로 크게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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