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09년 3월 22일
산행구간: 추풍령(경북 김천)-금산-보석산(502봉)-옛고개길-500봉-사기점고개
작전고개-무좌골산-용문산-국수봉-683.5봉-큰재(경북 상주군 공성면)
거리/시간: 실재거리 23km/ 도상거리 약 19.7km / 약6시간 정도
며칠간 여름날씨를 방불케 하던 날씨는 무슨 심술에서 인지 일욜만 되면
추워지니 추풍령이 가까워지니 비가오기 시작했다. 아 오늘 산행도 힘들겠구나
차에서 내려 우의를 입고 산행 준비를 시작했다. 해발 220m의 추풍령에서 시작하여
금산 - 사기점고개 - 작점고개 - 용문산 - 국수봉 - 큰재까지 도상거리 19,2km 실제
거리 24km를 7시간에 주파해야하는 코스. 이 코스는 큰산은 없지만 추풍령(해발220m)
에서 출발하기에 만만찮은 산이다. 원래 이 코스는 대간 코스중 가장 짧은 코스로
한번하기는 좀 힘이들고 2번에 하기에는 너무 짧아 재미없는 코스라 보통 1번에 마감한다.
오늘처럼 비가오고 거기다가 안개까지 시야를 가리면 정말 힘이드는 코스이다
그리고 엄청난 지구력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코스인 동시에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코스이다
전날 원도봉산에 초딩이 모임에서 기분이 좋아 너무 과하게 마신 곡차로 인해 넘넘 힘이 들었다.
용문산까지 산행하고 나니 거의 초죽음 상태 내가 왜 산에 오는지 이해가 안된다
울 친구왈 범여는 요즘 살짝 맛이 간것 갔단다. 용문산을 지나 아픈 다리를 질질끌고
국수봉에 오르니 날씨가 개이기 시작했다. 오후 4시경 내가 온길을 뒤돌아 본다.
산에서 느끼는 쾌감은 온 길을 뒤돌아 볼때 느낀다
왜냐고요? 어쩌면 산행은 내가 걸어온 인생사와 같기에...(범여의 생각 中에서)
|
오늘 산행구간의 지도와 고도표
바람도 자고가는 구름도 쉬어가는 추풍령 구비마다... 남상규의 노래詩碑
추풍령에 고속도로, 국도 및 철도가 나란히 지나고 있다,
충청북도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상북도 김천시 봉산면 경계에 있는 고개.
높이 221m. 소백산맥에 있으며, 주위에 난함산(卯含山:733m)·눌의산(訥誼山:743m)·
백두대간 산꾼들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되주고 있는 고마운 모텔
절반이 잘려져 나간 금산:384m
추풍령에서 급경사를 지나면서 우뚝선 봉우리가 금산(384m)이다. 꼭대기에 서서 내려다보면 곧
아래로 굴러 떨어질 듯한 아찔함이 느껴진다. 수직으로 반쪽 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쪽은 일제시대 그리고 해방 이후 개발이라는 이름 미명하에 채석장으로 이용된 나머지 무참하게
짓밝혀 사라졌다. 이곳 금산은 대간 마루금 가운데 자병산과 더불어 인간의 자연에 대한 탐욕과
몰상식을 적나나하게 드러내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히고 있다.
다행히도(?) 지금은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그리고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완장치를 해 두고 있다. 아마도 대간 마루금 산행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대간꾼들이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잔소리를 해댄 결과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당연히 대간꾼의 기여이다. ‥‥그러니 제발 이제부터라도 당국은 대간꾼을 대간 파괴의
주범으로 몰고 가지 않길 바란다.
산수유가 산꾼을 맞아주고
큰재에서 추풍령구간에서는 다른 대간구간에 비해 묘지가 참 많이 보인다.
높이가 500여m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길이지만, 의외로 깊고 아늑하다.
길이 아늑하고 고도가 낮으니 이런 곳이야 말로 사람들이 편하게 살만한 곳 일게다. 아닌게 아니라
오늘 구간(특히 작점고개-추풍령 구간)에는 크고 작은 무덤이 끊임없이 자리를 잡고 있다.
陽宅(집)의 명당이 곧 陰宅(무덤)의 명당이니 오늘 구간에 많은 무덤을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겠다. 말하자면 대간의 고도가 낮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사기점 고개에서(2010년 2월20일 백두대간 2차 산행때)
오늘의 추풍령-큰재 구간은, 분명한 자기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작은 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남(다른 구간)과의 비교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비교를 거부하는
제 모습을 지니고 있으니 오늘처럼 순수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일 게다.
남과 비교하지 않으니 열등감이나 우월감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원래 비교란 우리 인간들만이 가지는 악습이 아닌가. 가진 정도를 비교하고, 자리의 높낮이를
비교하고,출신 지역을 비교하고 심지어 출신학교까지 비교한다. 그래서 나타난 결과가
시기심일 것이다. 이러한 시기심은 자기 분수를 넘어서는 무리수를 두게 하고 이러한 무리수는
각종 병폐와 부조리를 가져오게 한다.
‘비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구간이 비록 키는 작지만 봄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구경도 하고 그러면서도 대간의 특징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도의 고도표만 보고 산 높이가 낮다고 우습게 보았던 것이 쑥스럽다.
작은 오늘 구간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직접 가르쳐주고 있다.
역시 백두대간만한 스승은 없는 듯하다.
저 멀리 내가 가야할 용문산과 국수봉이 보이고..
산길에 잠깐 올라갔다 임도길의 긴 포장도로를 왼쪽으로 크게 휘감아 남쪽으로 향하며,
뒤돌아보니 저 멀리 내가 걸어온 용문산과 국수봉이 보이고
왼쪽 신애원 농장과 정신병원의 큰 건물들에서 신음들이 난함산 마루턱을 향해 소리쳐 오른다.
이 땅 곳곳의 도회에서 지치고 병든 영혼들이 이 작은 골짜기 마을을 이루며 모여 들어서
어떤 영험한 손이 있어 그의 기도로, 그가 건네주는 한 알의 약으로 훌훌 맑아질 수만 있다면...
축사에서 긁어 뱉어 놓은 배설물의 독취만이 진솔하게 느껴진다...
작점고개에서(경북 김천시 어모면 소재) -비를 쫄딱 맞은 범여
사기점 오르막길에서 바라본 난함산(卵含山)-2010년 2월10일 2차 대간 산행때 사진
묘함산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난함산이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난함산을 화령재 북쪽 봉황산과 관련시켜 보면 더욱 그렇다.
갈림길 못 미쳐 사기점재를 만나게 된다.
사기점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기그릇 등을 만들던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곳 주변 산에는 어디에든 사기막 골 혹은 사기막 고개를 볼 수 있다.
산의 지명 가운데 수 많은 사기막 고개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사기막 고개는 대간 마루금에서는 드물게 존재한다.
대간 마루금에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 구간에 사기점재가
있는 것 또한 대간의 키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오늘 구간은 키가 낮으니 사람들과 더불어
지내는 산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다.
용문산 헬기장에서 만난 할미꽃은 왜그리 반가운지
산같은 산도 아니요 넓은 들녘도 아닌(非山非野),
잘 포장된 장동재(작점고개) 고갯길(김천 어모면- 영동 추풍령)에 비맞은 생쥐처럼 내 몰골이
우스워 초콜렛 하나로 허기를 때우고 무좌골산(474m)을 돌아 오르는 대간 마루금에서
평온한 트래킹을 즐기는가 하면, 지친 영혼들의 음울함 마저 동행하는 신흥 마을 뒷산을
타고 넘으니 거대한 용문산 기도원이 나온다
왼발은 경상북도 상주 오른발은 충청북도 영동를 밟으며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긴 아직 이르다
할미꽃과 진달래가 피었건만 내 맘의 봄은 언제 오려나
완연한 봄 기운은 언제쯤 느낄 수 있으려나...
용문산 기도원 삼거리에서
국수봉정상가기전 동남쪽으로 돌아 다시금 10여분의 편한 트래킹을 즐기며 오른쪽
용문산 기도원 마을의 거대함에 놀라움을 느낀다. 점점 사라지는 시골 초등학교와는 반대로 넓은
운동장 같은 체육시설 마저 갖추며, 완전히 집단 훈련장으로 변모하는 기도원 마을이 동쪽
산자락을 온통 시설물로 가득 채운 느낌이다.
인간의 갈구가 빚어내는 종교라는 이름의 도덕률 속에서 우린 또 다른 무의식의 죄를 빚고 있지
는 않는가..그들의 눈에 비친 휴일 대간산꾼들은 과연 구제 받지 못할 긍휼한 죄인들인가..
과연 종교라는 이름으로 ,믿음이라는 가정으로 행해지는 가증스런 도덕들로 무장한 채,살아
있는 인간들에게 저승을 갈구케 하고 , 이 땅의 영혼들을 연민의 정으로 동정하는 그 비겁함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 땅에서 영속될 것인가..
내가 믿는 그 큰 힘과 그들이 믿는 절대자와는 과연 다른 존재인가..예수와 절대자는..
종교집단의 소위 성직자들에 의해 예수의 삶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을까....,
스스로 실천의 가르침을 살다 간 그분을 사흘만에 다시 꺼내고 최후의 심판을 들먹이며
인간과의 거리를 더욱 더 멀게하는 집단들의 바램은 무엇일까...
내 발길이 나아가며 부닥치고, 온 몸으로 느끼는 이 산하의 정령들과 귀신들의 영혼은 과연
그들이 유일하게 받드는 절대자 그 한 분과는 공생하며 춤출 수 없을까...결코 누구를
지배하는 영혼이 아니라 함께 영생하며 자유로이 의지를 실현하는 이 대지의 영혼들이기에...
국수봉 가는 길에서
국수봉 정상에서 바라본 용문산(710m: 경북 상주소재)
용문산을 지나 국수봉 그리고 635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의표를 찌르는 길이다.
고도가 낮다고 우습게 보았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파도처럼 이어지는 능선길,
파도와 파도사이의 깊은 주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된비알 등등‥‥
거기다가 수십번도 더되는 오름과 내림의 파노라마같은 반복 현상...
고도가 높은 다른 구간의 산행에서 볼 수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것 모두를 그대로 재현한다.
특히 국수봉에서의 조망은 마루금 상의 어느 명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오늘 가고 있는 구간 역시 이 땅의 등뼈임을 알게 해주는 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
국수봉 정상에서( 해발 763m, 경북 상주소재)
국수봉, ‘두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물을 뜬다는 의미의 掬水(국수)’, 뜬 물은 양쪽으로 갈라져 흘러내리게
마련이다.
말인즉 국수봉 또한 물을 가르는(낙동강과 금강을 가른다) 분수령이라는 뜻일게다.
683.5봉에서 (2010년 2월 20일 2차대간때 촬영한 것)
국수봉에서 시작하여 큰재까지 3.1km가 아주 급경사로 된 내리막길이다. 이곳에는 진달래와
산수유가 서서히 봉우리를 틔우기 위한 워밍업을 하고 나무들도 푸른빛이 돌기 시작한다.
용문산 정상에서 마신 이스리가 자꾸만 범여를 괴롭힌다.
대간산꾼답지 않게 입에 단내가 난다. 683.5봉에서 잠깐 숨을 몰아쉬며 다시 큰재 향한 마지막
쉼호흡을 하면서 다시 걸음을 옮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낙동강과 금강의 발원지가 갈라지는 큰재(우하재)에서(경북 상주시 공성면 소재)
대간의 전 구간 가운데 키가 가장 낮은 곳은 추풍령-속리산 아래(화령재)로 이어지는 길이다.
높은 산이라고는 없으며 가장 높다는 국수봉 조차도 높이가 763m에 불과하다.
그래서 정통지리에서는 이 구간을 두고 “ 백두산에서 내려오던 氣가 덕유산 및 지리산까지 뻗어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 백두 대간및 9정맥 후기♣ > 백두대간 1차 북진(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제18구간 - 지기재-무지개산-윤지미산-화령재 (0) | 2010.03.12 |
---|---|
백두대간 제17구간 - 큰재-개터재-백학산-지기재 (0) | 2010.03.11 |
백두대간 제15구간 - 괘방령-가성산-눌의산-추풍령 (0) | 2010.03.11 |
백두대간 제14구간 - 우두령-황악산-괘방령 (0) | 2010.03.11 |
백두대간 제 13구간(역산행) - 우두령-화주봉-삼도봉-물한리 (0) | 2010.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