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009년 3월 15일
산행코스: 괘방령-강성산-장군봉-눌의산-눌의산-송리-추풍령
거리/시간: 14km(날머리포함)/ 3시간정도 소요
지난주에 청계산 KIMA 산악회 시산제 땜에 황악산 코스를 빼먹는 바람에 2주만에
대간코스를 뛰는데 2주만에 왜그리 낯선 느낌이 드는지. 날씨는 산행하기엔 춥지도 덥지도
거기다가 서울근교 산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정말 맑은 공기에 바람까지 산들산들 정말
최적의 산행 날씨에다 또한 이 코스는 백두대간 코스중 가장 짧은 구간 중 하나이며 정통
육산이다. 급경사가 서너군데 있긴 하지만 평균 해발이 720~30고지 밖에 되지 않아
너무나 좋았다. 충북 영동의 괘방령 - 가성산 - 장군봉 - 눌의산 - 추풍령으로 이어지는
약 14km를 3시간 반에 주파하는 평소 산행에 비하면 정말 편하고 일찍 마감했다.
2주전에 비해 너무나 빨리 우리곁에 온 느낌이며 지구 온난화에 걱정이 많다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의 경계인 괘방령
잘난 관료들이 넘나들던 추풍령을 피해, 과거의 꿈을 안고 한양으로 향하던 선비들이나 상인들이
넘나들던 괘방령 어둔이 마을이 평화로운 정경으로 다가온다. 오늘날 심오한 지성으로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어설픈 시도를 하다 사그라지는 박사님들..자기들의 노력을 더하는 척하는
인류의 선생님들은 어느 길을 즐겨 찾을까..차라리 작은 꿈을 찾고 본능적인 열망과 진정한 욕구
를 찾아 떠나는 촌로들의 실천적인 정신이 걸어 갔던 저 길이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괘방령에서의 산행은 시작되고 괘방령 977번 도로를 내려다 보며 된비알 직벽 오름길은 초반부터 같이온 친구부부를
힘이들게한다
가성산 가는 길에서
‘파트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친구의 말은 신영복의 평등에 대한 정의를 생각나게 한다. 그는 ‘평등은 자유의 最高値(최고치)’라고 하면서 이는 곧 “타인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평범한 양식”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평등은 자유 그 자체의 실체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무지와 질병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하여 우리는 오랜 역사를 두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과 방향에 있어서 우리는 실패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많이 소비하고, 소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더 많은 자유는 더 큰 구속과 불평등을 동반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점에서 ‘평등은 자유의 최고치인 동시에 실체’라는 의미는 사회발전에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자유의 원리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신영복의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알게 모르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성산 정상에서 바라본 경부 고속도로
가성산 정상에서 장군봉으로 향하는 오른쪽 내림길에서 또 한번 아찔한 긴 직벽 내림을 겪고나서
점점 산행 속도는 느려진다. 유난히 오르내림이 잦은 이번 구간에서, 낙엽속의 눈길의 긴 내림길이 무릎을
힘들게 한다. 차라리 오름길은 편하게 느껴진다. 느린 걸음으로 장군봉을 지나고 686봉을 거친후
마지막 눌의산 정상 오름에서 20여분 깔딱고개를 숨가쁘게 지쳐 오르니 추풍령 큰 마을이 시원스
레 펼쳐지고 그 뒤로 다음 구간의 묘함산과 국수봉 능선이 장엄하게 다가온다.
가성산 정상 (해발 716m)에서 초딩이 동창과
오늘 산행에서 나는 초딩이 친구 부부가 동행했다 친구 마눌이 상당히 힘이들어 한다, 사실 이 코스는 대간길 중에서 아주 쉬운 코스에 들어 가는데 말이다 ‘산을 통해 시야를 더욱 넓힐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가르쳐 준 반면 친구는 내게 ‘평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철학적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러고 보니 오늘 산행에서 우리는 서로 관계 맺기(어린왕자의 표현에 의하면 길들이기)를 한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길들이기는 전혀 불평등하지 않은 평등한 관계이다. 대간은 산뿐만 아니라 동행자를 통해서도 배움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산행에서는 동행자가 필요한 것이겠다. 특히 대간 마루금 걷기는 산보와는 다르다. 힘들기도 하지만 외롭기도 하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기 때문에 동반자가 필요하다.
가성산 남쪽 오름길은 모질게 따라붙던 바람마저 사라지고 봄날처럼 따사롭고, 쉬엄쉬엄
가파른 오르막을 1시간 남짓 올라서니 가성산 정상 아래 안부에 다다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병을 꺼내 목을 축인다. 친구부인은 고통을 자꾸만 호소하고...
눌의산 정상(해발 743.3m)에서
마지막 정상인 눌의산(743)에서 봉수대 흔적은 찾을 길이 없고 초라한 정상석 하나 만이
지친 산꾼을 반긴다. 저 아래 추풍령 면소재지가 아련하게 보이고... 이리도 두 고개 사이가
직벽 오르내림의 큰 산으로 막혀 있으니 눌의(訥誼)라는 이름처럼 영동-김천 주민 교류가 뜸
할 수 밖에 없겠고, 산행객 또한 드물은 한적한 대간 길을 이룬다.
눌의산 정상에서 - 뒤에 보이는 마을이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소재지
눌의산 정상의 버들 강아지
대간길 과수원의 복사꽃도 금방 필 것만 같고
정상 왼쪽으로 내려서니 커다란 헬기장을 만나고 이어지는 마지막 추풍령 내림길은 오늘 고통의
화려한 집합체인양 끝이 보이지 않는 500고도의 직벽 내림이 이어진다.
어느새 당마루 고갯길이 보이고 즐비한 포도 농장들 사이로 유난히 많은 무덤들이 잘 보살펴 지고 있다.
특이하게도 마루금 양곁으로 자리하는 묘자리들이 대간 맥을 확인 하듯이 뚜렷하게 마주 향하게 배치되어 있다.
추풍령을 향해 하산한다. 령(고개)은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이고을과 저고을간 경험을 서로 공유하는 가교 역할도 한다. 물론 상호 평등하게. 추풍령 위로 국도, 고속도로 및 철도가 교행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서도 다르다. 이들 모습이 타인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서는 산행에서 동반자들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추풍령 I.C 가는 길에서
산행버스 옆 길바닥에서 펼치는 찌개안주에 한잔의 이슬이는 늘 내게 행복으로 다가오고..
추풍령 진입로를 들어서자 마자 황간 휴게소에서 땀을 씻는다.
또 다음 구간의 능선들을 바라보며 어느 따스한 봄날의 산행을 그리워 함은,
추풍령의 산수유도 피기 일보직전
추풍령 고개
추풍령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고 경부선 철길을 건너며, 잘 정비된 국도 신작로를
따라서 추풍령 기념비까지의 마지막 구간 발걸음이 천근 추를 달은듯이 무겁게 느껴진다..
항상 그렇듯이, 완수한 오늘의 행보가 쌓여가는 내 자유를 위한 작은 보석으로 남아주길 바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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