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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백두 대간및 9정맥 후기♣/백두대간 1차 북진(終)

백두대간 제17구간 - 큰재-개터재-백학산-지기재

by 범여(梵如) 2010. 3. 11.

산행일시: 2009년 3월 29일

산행코스: 큰재-회룡목장-회룡재-개터재-윗왕실재-백학산-개머리재-지기재

거리/시간: 약22km:5시간

 

백두대간 제17차 구간 경북 상주구간 첫번째 구간 테이프를 끊었다

지난주 왔던 큰재(상주 공성면 소재)에서 시작하여 회룡재 - 개터재 - 윗왕실재 - 백학산

개머리재 - 지기재(상주 모서면 소재)까지 약 22km를 5시간에 주파해야 하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전통적인 육산으로 고도 편차가 별로없고 지기재(해발265m), 백학산(해발 615m)로

산꾼들의 훈련 코스로는 안성마춤이다. 여기는 등산코스라기는 넘 심심하고 차리리 산악

마라톤 코스로 좋았던 같았다. 거의 뛰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산인데 힘이야 들겠지만 굉장히 지루한 느낌이다. 거의 다왔다 생각하면

고개 하나가 남아 있고 좀 편하다 싶으면 오르막이 나오고 그러타고 산 정상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산허리를 돌고 너들길 밟고 과수원 건너니 산이 힘들어 지치는 것이 아니고

지루해서 지쳐 버린는 코스이다 그래도 잘 갔다 왔심더 힘도 무척 들었고 그래도 산이니까 .

큰재~개터재 3D지도


<마루금상의 학교(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 : 지금은 폐교되었다, >

대간 마루금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면 설악산으로 꼽히며, 가장 웅장하다면 지리산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들 산이 아름답고 웅장하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큰재를 출발하여 백학산을 거쳐 지기재에 이르는 오늘 구간은 지난 구간인 추풍령-국수봉-큰재

코스보다 더욱 키가 낮다. 더욱 키가 낮으니 지난 코스보다 사람들의 氣運 역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지속되는 陰宅은 물론이고 마루금 좌우의 민가가 바로 옆으로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마루금에

 학교(비록 폐교되었지만 들머리인 큰재에 초등학교가 있었다)가 있기도 하다.

이 구간에 대해 많은 선답자들이 큰 특징이 없는 코스로 평가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경북 상주시 공성면 소재 큰재

지난 구간(추풍령-백학산-큰재)과 마찬가지로 능선의 파도가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파도의 크기는

찾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나지막하고 산 주름이 거의 없으니 그저 평지를 산보하는 듯한 길이다.

 어떤 경우는 대간을 끼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밭의 가장자리와 한 가운데를 지나가기도 한다.

 혹시 대간 마루금 측정이 잘못 되지는 않았나 하는 의심이 갈 정도이다.

이 구간에 대해 많은 선답자들이 큰 특징이 없는 코스로 평가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마루금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폐교된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장은 백두대간 상에 있었던 유일한 학교였으나 1997년 폐교됐고,

그 학교 운동장 앞에는 '낙동강, 금강 분수령' 팻말이 서 있고,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거기에 '남한 쪽 백두대간 684km, 북한 쪽 백두대간 716km, 합계 1400km'라고 적혀 있으며,

'상주지역 대간 69km'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인근에 민가와 신곡리 표석이 있다큰재는 상주시 모동면과 공성면을 연결하는 도로이기도 하고,

추풍령에서 화령으로 가는 49번 도로와 김천에서 상주로 가는 3호선 국도를 연결하는 도로이기도 한

68번 지방도 상의 고갯마루이다. 


 오른편에 폐교가 있고, 왼편엔 관사인 듯한 건물들이 있어서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을 하다가보면 곧잘 폐교된 시골학교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열악한 농촌환경으로 인하여 이농인구가 늘어나고, 특히 농촌의 젊은이들이 취업기회를 찾아 도시로

진출하므로 취학연령의 어린이들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교통이 편리해져서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여 시설여건이 나은 큰 학교로 학생을 보내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므로 이래저래 벽촌의 학교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폐교되어 방치된 학교 건물을 볼 기회가 많아지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서글퍼진다. 

범여의 모교인 의령에 있는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버섯도 산꾼을 반기고

회룡재 가는 길에서

농로로 내려서다가 목장정문까지의 포장도로를 잠시 감아돌아 정문 앞에서 오른쪽 언덕으로 다시 들머리를 잡는다.

왼쪽으로 얕은 계곡을 차지한 큰 목장을 이어가면서 마루금을 이루는 대간길이 매우 부드럽고 평온하다.

단지 조금씩 세차지는 북서풍이 저으기 염려가 되며 된오름이 없어 땀도 많이 나질 않아 제법 한기를 느낀다.

그러나 염려했던 진흙길들이 추위에 굳어있어 미끄럽지 않아 산행 속도에는 큰 도움이 된다.

 

회룡(回龍)재란 마을 뒤 회룡산이 풍수지리로 볼 때 마치 용이 뒤돌아보는 형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회룡재에서 왼편(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상주시 공성면 봉산2리 회룡 마을과

상판저수지로 가고, 오른편(서쪽) 길은 봉산1리 공가실 마을로 이어진다. 

밭의 가운데를 지나는 마루금
그러나 오늘 구간도 설악산이 지나는 구간이나 지리산이 구간이나 마찬가지로 대간 마루금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분명 백두산에서 시작된 마루금이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오늘 구간이 없더라면 덕스러운 덕유산이나, 뛰어난 조망을 제공해주는 백운산 그리고 지리산의

웅장함은 결코 없을 것이다. 키가 낮고 보잘 것 없어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산등성이에서 바라본 공성면 소재지

수 많은 산꾼들은 백두대간 완주를 꿈꾸고

너들길에 비둘기 한마리가 매에 희생되고(극락왕생을 빕니다)

이 지역은 아직 추운지 꽃망을 터트리지도 못하고 있네

개터재에서의 범여

개터재

회룡재를 지나 20여분을 여전히 오른쪽 어깨 높이의 능선을 벗삼는가 싶더니, 개터재를

앞에 두고 모처럼 솟은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약간 우회하면서 산사태가 났음직한 흙 벼랑길을

조심스레 건너 오르니 발아래로 그리 길지 않은 개터재 내림길이 이어진다.

통일신라 9주의 하나로 경주와 더불어 경상도를 대표하던 상주 땅이 꽤 넓긴 넓은 모양이다.

비록 추풍령 덕분에 김천에 발전이 뒤졌지만,골골이 마을들을 이어주는 여러 고갯길을 거치며

2000리 대간마루금 중에서 100리길을 경계없이 안고 차지하니 그 세가 만만치 않다.

 

동쪽으로 크게 방향을 바꾼 채 얕은 오름을 10여분 거친후 다시금 평탄한 숲속 길에서

왼쪽 효곡리 마을 위의 둥근 달이 앞서가는 것으로 보아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듯 하다.

유난히 많은 무덤들이 가까운 시골마을의 창문이라도 들여다 볼듯이 자릴 잡고, 삶과 죽음이

더불어 달 아래 한가롭다.잘 단장된 것들과 허물어져 내리는 것들..같은 지맥에도 명당은 다른

법인가.. 산 것은 무엇이고 죽는다는 것은...

고개에 오르기 시작  윗왕실재 가는 길에서

포장도로를 건너 사과와 포도 과수원 사이의 임도를 거쳐 숲 속으로 들어가서 가시와 칡넝쿨이 엉킨 지역을 지나가면

 시야가 열리면서 임도를 만난다. 임도 왼편은 논이고, 오른편은 밭이라서 지금 백두대간을 걷는 것인지 들판에 와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이곳 역시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전형을 띠는 구간으로 비록 백두대간이라 하지만 지대가 워낙

 낮아서 등산로엔 넝쿨지대가 많고, 주변에 논과 밭이 자주 나타나며, 무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대간보다도 주변

 산줄기의 표고가 더 높아서 대간을 압도하는 하는 듯하다. 대간 능선이 오히려 주변의 산줄기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 돼 있다. 

윗왕실재에서의 범여

505봉, 무명봉, 463봉등 작은 오르내림 속에서 1시간 여만에 효곡리와 소상리를 잇는 꽤

넓은 농로위에 ,생태 이동통로를 겸한 다리를 설치한 윗왕실재에 다다라 잠시 숨을 고른다.  

왕실(旺室)이란 사방으로 산이 빙 둘러싸여 있어서 마치 임금이 사는 구중궁궐처럼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효곡리는 그 마을에 열녀와 효자가 많이 배출되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윗왕실재에도 지기재 산장에서 이정표를 붙여놓았다. 거기에 '개터재 1시간 30분, 백화산 1시간 30분'이라 적혀 있다. 

아직까지 농촌은 한가롭기만 하고

백학산(白鶴山) 정상 능선으로 이어지는 남사면 오름길에, 예쁜 여인의 손톱 모양으로 새 순이

잎 떨군 은사시나무 낙엽 아래서 고개를 내민다. 행여 봄을 시샘하는 이번 추위에 얼어 버릴까봐

다시 잎을 덮어준다. 짧은 된오름 후에 서쪽으로 향하는  정상 오르내림을 두세번 거친 뒤에야

정상석이 앙징스런 구간 최고봉에 다다른다


 백학산(白鶴山) 정상, 높이가 615m에 불과하다.

윗왕실재를 지나 짧은 된오름을 맛본 후 그리 높지 않은 477봉까지 야산 특유의 잡목활엽수와

소나무가 뒤섞인 구릉을 이어간다. 마치 고향 뒷산처럼 푸근한 발걸음에 제각각 마을 뒷산을 

들먹이며 모처럼 대간길의 여유로움에 젖는 기분이다.

대간길 중에서 가장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사람과 산이 함께 하는 평화로운 구간이다.

어쩌면 농사일에 찌들은 삶을 기대며 밤을 새운 뒤, 새벽의 긴 연기를 드리우며 하루를

열어가던 우리네 착한 영혼들의 안식처는 모두 다 이러한 새소리가 들리는 야산

아래같은 그림인지도..

 

여러 개 구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 대간 마루금에는 쓸모없는 구간은 없고, 각 구간마다

서로 보완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으니 인간세상으로 치면 ‘사회적 동물’에 해당한다.

인간이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있어도 그 개인이 유일적(唯一的)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오늘 큰재-개터재-백학산-지기재 구간이 던져준 화두이다.

설악산이 아름답다는 것도 지리산이 웅장하다는 것도 오늘 구간처럼 확연히 대비되면서도 중요한

구실을 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일명 장자봉이라고도 하는 백학산은 부드러운 육산이고, 정상의 공터에 세워진 표지석엔

 '백두대간 白鶴山 615m'라 새겨져 있다. 수목에 시야가 가려 전망은 신통치 않으나 북쪽으로

소정리 마을과 함박골이 내려다보이고, 901번 지방도도 보인다. 백학산에서 서쪽을 뻗은 능선은

성봉산(572.1m)으로 이어지고 있다. 

칡넝쿨 가득한 길을 지나면서 지루함에 체력을 슬슬 바닥이 나고

오른쪽으로 20여분의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잠시 숨을 고르며 서쪽으로 향하니 멀리 백화

산(615m)을 배경으로 대가산 잘생긴 봉우리가 한눈에 들러온다.그 아래로 논밭과 시냇물이 흐르니

영락없는 시골 고향이다. 고독한 산꾼들의 영혼이 머물 수 있는 삶의 터전이리라..

산 아래 농로를 내려서서 모처럼 바람을 피하며 아침상을 펼치고 온기를 채운다. 앞으로 나아갈

구간이 그리 험하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에 복분자 한 컵을 들이키니 지금이 천국이다

개머리재(소정재)

작은 언덕같은 구릉 길을 30여분 밟아 내리니,효곡리와 함박골을 잇는 원삼삼거리에 내려선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남쪽 성봉산 아래로 부터 내려오는 포장 길을 살피니 지나온 대간길까지 이어진다

 성봉산을 안고 도는 서진(西進)을 끝내고 북쪽으로 향해 작은 언덕을 올라서서 잘 가꾸어진 묘를

,10여분만에 405봉을 넘어 원소정마을과 함박골을 잇는 개머리재(소정재)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넓은 과수원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개머리 모양의 지형은 아무리 둘러봐도 쉽게 보이질

않는다. 

 

맑은 공기를 한 껏 들이쉬고 잠시 주위를 살피지만 아직은 춘색(春色)을 찾기가 어렵다.

남쪽 어딘가에는 목련과 산수유 소식도 들리더니만..우수 경칩 지난 개구리가 얼어 죽겠다. 

긴 동면(冬眠)끝에 봄이 기다려짐은 산꾼 아니라도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유난히 많았던

지난 겨울의 눈길에서 이제 앙상한 나목들에 피어 오를 연두빛 생명들과 함께 걷고 싶은 것이다

여러 개 구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 대간 마루금에는 쓸모없는 구간은 없고, 각 구간마다

 서로 보완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으니 인간세상으로 치면 ‘사회적 동물’에 해당한다. 인간이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있어도 그 개인이 유일적(唯一的)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오늘 큰재-개터재-백학산-지기재 구간이 던져준 화두이다.

설악산이 아름답다는 것도 지리산이 웅장하다는 것도 오늘 구간처럼 확연히 대비되면서도

 중요한 구실을 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지기재에서(경북 상주시 모서면 소재)

소정재를 지나 작은 오름을 두어번 거치니 발아래로 지기재 넓은 도로가 보이며  금은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 오며 멀리 속리산이 흐리게 다가온다. 왼쪽 선유골 넓은 과수원 쪽에서 매서운 바람

이 불어 오니 모처럼 시원하게 펼쳐지는 확트인 시야를 즐기기엔 만만치 않은 날씨다.

쉬운 대간 길이 아무리 없다한들 오늘은 이른 봄이라지만 겨울 태풍처럼 변해가는 낮바람이

원망스럽다. 그나마 봄날씨에 질척이지 않는 행보로 위안을 삼으며, 지기재 고갯길로 급한

내림을 맛본다.

지기재 도로

지기재 마을입구에 자릴잡고 잘 가꾸어진 좌승지 성진항(창녕성씨) 유적비 잔디밭 자락에

배낭을 내리고 오늘 마루금의 마지막 간식을 즐긴다. 길섶에 세워진 대간 분수령 표지가 유난

히 튀어 보인다.차라리 어느 스님들의 선문답 전설처럼 느티나무 한그루 길게 자릴 잡았으면..

 

"東으로 가십니까.."     "아니오..."  "그럼,西로 가십니까.."  "아니오.."  "녜, 그냥 쉬고 있는 것이

구려..."   "그렇소..."   그들의 지팡이는 훗날 느티나무로 자라겠지... 

내가 걷고 있는 이길은 살아 가고 있는 것인가...살아 오고 있는 것인가..그냥 쉬고 있는 것인가..

과수원의 복사꽃 - 아직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고 수줍은 울님처럼

모서면 버스 정류소

 모서면 석산리와 대포리를 잇는 901번 지방도의 잘 포장된 도로에 간간이 지나치는 자동차들이

매우 한가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