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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백두 대간및 9정맥 후기♣/백두대간 1차 북진(終)

백두대간 제23구간 - 버리미기재-장성봉-악휘봉-은티재

by 범여(梵如) 2010. 3. 17.

산행일시: 2009년 5월 5일

산행구간; 버리미기재(해발 450m) - 장성봉(해발 915.3m:경북 문경소재) - 막장봉(877)

              877봉 - 787봉 - 악휘봉(해발854m: 충북 괴산소재) - 820봉 - 722봉 -

             은티재 - 은티마을

산행거리: 14km/ 4시간 30분

 

전날 부처님 오신날 능인선원 제등행렬을 마무리하고 도반들과 기분좋아 마신 곡차가

너무 과했는지 산행 시작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은데다 지난주 대야산 하산때

다리가 겹질려 다친 부위가 약간의 통증도 있고 신경이 써여 산행 속력을 낼 수가 없었다

전날에 내린 비로 인하여 산행하기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시야도  많이 확보되고 상쾌한 공기에 한주 차이에 같은 지역인데도 산에 綠陰

엄청난 차이를 이루었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함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고 한가지

바램이었다면 바람만 살짝 불었어면 좋으련만 바람한점이 없으니 무척이나 더웠다.

 

오늘 코스는 버리미기재(해발 450m) - 장성봉(해발 915.3m:경북 문경소재) - 막장봉(877)

- 877봉 - 787봉 - 악휘봉(해발854m: 충북 괴산소재) - 820봉 - 722봉 - 은티재 - 은티마을

을 14km를 4시간 30분에 주파하는 코스이다. 산은 내륙지방 산치고는 높지도 낮지도

않으면서 주변환경도 넘좋았다. 특히 악휘봉 정상에서 희양산, 봉암사, 월악산, 구왕봉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언제와도 항상 꼭 껴안아 주는 울 어머님의 품안 같이...  

버리미기재(경북 문경소재)에서 산불 감시요원이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에 얼른 철조망을 지나 산으로 오르고 

 

버리머기재-장성봉-은티재으로 이어지는 길. 오늘 가야할 코스다.

버리머기재에 도착했을 때 전에 없었던 ‘입산통제’ 초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버리머기재를 버리고 비상수단으로 마루금에 올라 붙었다.

비상수단을 사용하지만 미안한 마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짜증 또한 만만치 않다.

 

무슨 이유로 이토록 입산통제 초소가 많아 졌는지 알 수 없다. 원인도

모른 채 범법자가 되는 것이 너무 싫다. 혹자는 말한다.

출입통제 구역이 많아진 것은 관계부처(이를테면 산림청과 국립공원 관리공단)간

영역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 소문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빈다.

버리머기. 경상도 말로 ‘벌어먹이다’에서 유래한 사투리이다.

손바닥만한 좁은 땅에 의지하며 가난하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가난할수록 情은 깊다’는 옛말이 있거늘 오늘의 버리머기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날 마신 곡차로 인해 힘은 많이들고

기온이 갑자기 올라가고 며칠전 비가와서 그런지 가시거리가 매우 멀다.

마루금 도중 도중 나타나는 전망대에서의 조망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대야산을 보면서 진행하던 마루금은 장성봉 조금 못 미쳐서부터 희양산이 대야산을 대신한다.

이후 악희봉에 이를 때 까지 희양산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마치 희양산은 원점으로 반원을 그리는 형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희양산의 모습에서 참선에 빠진 고승의 풍모가 느껴진다.

(희양산 아래 불교의 자존심 봉암사가 자리잡고 있다)

비 개인 후의 날씨가 眼福을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마루금상의 나뭇닢들은 급격한 기온 변화를 몹시 싫어하는 듯하다.

지난주에 산행했던 악명높은 대야산이 눈 앞에 보이고

1시간여의 워밍업에서 흘린 땀이 윤활유처럼 몸을 가볍게 만들고,

이번 구간의 남은 진행 방향으로는 난이도 보다는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지난주 대야산 하산길에서 겹질린 발목도 큰 무리가 없다.

 

잠시 선채로 휴식을 취한 후 왼쪽으로 길을 잡아 막장봉 갈림길을 향한다.

남쪽 하늘이 구름을 재우는가 싶더니 대야산 상대봉이 뾰족하니 머리를

내밀면서 떠나는 대간꾼들에게 섭섭한 인사를 나누고는 이내 구름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저수리재 갈림길 못미쳐 막장봉이 보이는 안부에서 당귀 몇 그루를 발견하여 깊은

뿌리를 캐는 행운을 함께 지켜본다.

내륙지방의 높은 산에도 서서히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1시간여만에 877, 852,827봉 깔딱오름들을 지쳐나간 후 마지막 801봉 암릉을 올라서서부터 발 뒤꿈치가 쓰려온다.

 염려하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러니 미련 곰탱이 소릴 듣는가 보다..

발목 인대 치료를 위해 목이 긴 신발을 골라 신은 것이 너무 오래되어 뒷꿈치가

안쪽에서 벗겨지고 또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견디며 앞길을 걸어야 하는구나.. 

아직 3~4시간이나 남았는데..그래 잊자..인생도 고행이라면 대간길도 수행이다.

한걸음 한걸음..소걸음(牛步) 걷는다..

장성봉(해발915.3m:경북 문경소재)에서

다리에 오는 통증으로 인해 산행속도는 자꾸만 느려지고 후미를 함께

지켜주던 동료 산꾼은 보조를 맞추어 주는 보살핌을 베푼다.

 베낭에서 힘들게 날라 온 막걸리를 한 잔을 따라주니 이리도 고마울데가 없다.

힘이 솟는다. 지난 수개월 동안이 비록 긴 세월은 아니라 할지라도, 힘들고

험한 어려운 길을 함께 겪어 오면서 이젠 정도 많이 들었다.

 

늘 얻기만 하고 나누어 줄 것 없음에 한탄스럽다. 

조금씩 산허리를 감싸던 구름들이 벗겨지고 가끔씩 주위의 능선들이

5월의 살찐 모습을 보여주며 저 멀리 월악산구간까지의 먼 곳의

조망이 이 범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백두대간을 타려면 범법자가 아니곤 탈 수 없단 말인가?

수줍은듯 숨어 피어 있는 붓꽃도 보이고 (악휘봉 갈림길에서)

악휘봉 갈림길 까지의 된오름이 30여분 동안 계속되고, 능선을 가로 막는 기암들

틈새로 솟아 나는 작은 나무들의 생명력에 감탄하며, 삶의 끈질긴 연유를 떠올려 본다.

틈새 먼지같은 밑천에도 뿌리내려 강풍을 견뎌낸 후 저리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나는데..

온 천지를 휘젓고 나다니면서도 홀씨 하나보다도 못한  삶의 기반을 찾아 헤매다가

쓰러질 수는 없겠지...

낙엽을 밟으며 호젓한 길도 걸어보고

도심근교에선 맛 볼수 없는 여유로움에 산꾼들은 대간을 선호하는가 보다

1시간여만에 877, 852,827봉 깔딱오름들을 지쳐나간 후 마지막 801봉 암릉을

올라서서부터 발 뒤 꿈치가 쓰려온다. 염려하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러니 미련 곰탱이 소릴 듣는가 보다..

 

발목 인대 치료를 위해 목이 긴 신발을 골라 신은 것이 너무 오래되어 뒷꿈치가

안쪽에서 벗겨지고 또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견디며 앞길을 걸어야 하는구나.. 

아직 5-6시간이나 남았는데..그래 잊자..인생도 고행이라면 대간길도 수행이다..

한걸음 한걸음..소걸음(牛步) 걷는다..

악휘봉 (해발 845m: 충북 괴산 연풍소재)정상에서

장성봉을 거쳐 악희봉에 오른다. 악희봉은 대간 마루금에서 비켜있는 산이다.

대간 찾기가 붐으로 대두되기 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대간 밟기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악희봉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악희봉은 아무리 메마른 감정을 가진 대간꾼이라도 일단 오르게 되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그런 산이다.

오늘처럼 가시거리가 먼 날 악희봉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우리의 산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 천황봉도 설악의 1275봉도 결코 악희봉보다 나은 조망을 제공하지 못할 터.

악휘봉 하산길의 촛대바위 앞에서

백두대간은 마루금이 아니라 영역개념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특히 환경보호 등의 차원에서 영역개념은 중요하다.

영역으로 파악해야 水系와 土系를 통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나아가 환경관리도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악희봉 역시 백두대간상의 영역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희봉은 마루금상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일부 대간꾼들에 의해 무시당하고 있다.

대간의 전반적인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먼저 깃대를 꼽거나 밟으면 대간을 다 이해한 것으로

착각하는 대간꾼(물론 여기에는 나도 포함된다)들이 특히 그러하다.

악희봉은 주변 온 산을 밝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정작 자신은 다소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월악산과 마분봉이 손에 잡힐듯 눈앞에 보이고

정작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취급되는 것은 또 있다. 이 땅의 아낙들 즉 며느리들이 아닌가 싶다.

얼마전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주말 연속극 ‘엄마가 뿔났다’에서 잘 드러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한자(김혜자)의 탈출사건

(1년간의 휴가)은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40여 년간 시부모를 모신 며느리로, 세남매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그렇게 살아온 인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모습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어떻게 보면 집안의 온갖

 중요한 일을 떠맡아 오고 있음에도 소홀히 취급되는 며느리(아낙)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이

렇게 보면 악희봉과 한자는 닮은 데가 있다.

중부 내륙고속도로도 손에 잡힐듯 시야는 확보되고

예전 이 땅의 며느리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전혀 없었을까? 아니다. 있었다.

그것도 산과 함께. 지방마다 형식이나 내용 등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화전(아마도 花田인 듯)놀이’라는 것이 있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하루 말미를 얻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것도 개인적으로는 말하기 어려우니까

 동네 아낙들이 나름대로 조직적으로 해결한다. 그러고는 먹을거리를 싸들고 산으로 들어간다. 동네 어른들 앞에서는

꿈도 못 꿀 춤도 춰 보고, 술도 마셔본다. 오후 늦게는 술도 자제하고 한참 더 놀다가 술 냄새가 가실 때에 맞춰 내려와서,

시부모에게 저녁상을 차려 드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억압된 자들이 나름대로 사회에 맞추어 가는 방편이다. 어쩌면

억압된 자들을 사회에 조화시키는 장치일 수 있다. 산이 스트레스 해소의 場 그리고 사회에 적응하는 장치를 제공하는

 장이기도 하다는 이야기이다. 산의 가르침이 그리고 산의 역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정말 궁금하다. 하여간 산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대간꾼들이 악희봉을 찾는 것은, 이 땅 며느리들의 애환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이며 나아가 어머니를 찾는 일일게다.

희양산과 봉암사도 코앞에 와 있는 느낌이고

이번 코스에 유난히도 많이 물뿌레 나무에도 꽃이 피었고

은티재(해발 520m : 충북 괴산 소재)

820봉을 지나 암릉에 올라서니 구름이 걷히며 멀리 대야산이 맨 끝에 서서 지켜보고 있다.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스레 밟으며 내려선 후,722봉 슬랩 암반에서 지릅티재에서 출발한

역방향 산꾼을 만나 잠시 길을 비킨다.

 

 아직 모두들 싱싱한 기운으로 봐서 남은 길이 그리 험하지 않는 것일까..바램도 가상타... 

은티재에 내려서니 성황당 나무는 흔적으로 남고 봉암 계곡 길은 역시흉물스런 목책으로 막혀있다.

산딸기 꽃도 피기 시작하고

악희봉 갈림길에서 동남쪽으로 심하게 휘돌아 내려선 다음 은티고개를 거쳐 은티마을로 하산한다.

은티마을 하산길 매우 완만하지만 내려서면 특별한 손님이 기다린다. 

산딸기꽃 사과꽃이 지천에 피어있다. 

꼭 고향길 걷는 기분이다  찔레순을 꺽어 먹었다.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듯한 그런 맛이다.

싱그러운 사과꽃도 피었고

은티마을의 주막집

이 집의 옥수수 막걸리가 넘 맛이있어 산꾼들을 맛이가게 하고 주모가 여시(여우의 경상도 표현)

같아서 주막앞 지나가는 산꾼의 호주머니를 다 홀린다

은티마을에서 출발하는 좋은 산과 봉이 너무나 많고

 은티 마을의 성황당

은티(치)마을로 하산한다. 은티마을은 풍수에 의하면 ‘女宮穴(여궁혈)’에 해당한다고 한다.

주변 사방팔방으로 높은 산속에 넓은 평지가 마치 아늑하고 안전한 자궁 속처럼 생기고 수량이 풍부하다는 뜻이겠다.

 ‘여궁혈’ 이것 또한 ‘어머니품속’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