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09년 7월 20 일 ~ 21일
산행구간: 한계령-망대암산-점봉산-오색 갈림길-단목령-북암령-양수 발전소-조침령- 진동리.
거리/시간: 마루금 날머리 포함 약 30km / 10시간 30분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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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서 1km 지난 지점인 현리에서 1시50부터 산행을 시작
한계령에서 단목령까지 20여간 입산통제구역이라 단속반원이 새벽 1시 퇴근이후에 야간 도둑 산행을 시작
약 2년 여 간 산속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자연과 호흡하며 구도와 사색 그리고 집필을 하며
조용히 살다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가 직접 체험한 자연의 단순한 진리들을 소개한「윌든」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준다.
그래서 소로를 숲의 아버지라고도 불려진다.「무소유」의 법정 스님이 롤 모델로 삼은 사람이기도 하다.
한계령-점봉산-단목령-조침령으로 이어지는 길, 오늘 가야할 길이다.
그런데 이 길 대부분은 자연 특별보호구라는 명목으로 영구 봉쇄된 지역이다. 태고의 식생을 간직한
국내 최고의 천연림 지대라나. 말하자면 대간꾼들은 자연훼손의 주범이기 때문에 이들의 통행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법을 어기면서 까지 산행을 감행해야 하니 범법자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자연 훼손의 주범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도둑질도 대낮에는 잘 하지 않는다. 하물며 우리 같은 대간 길 도둑들은 낮에 범법행위를
수시로 저지를 만큼 얼굴이 두껍지 않다. 오늘도 야밤 산행이라는 이야기.
밤중부터 개일 것이라는 일기예보는 전혀 맞지 않고 부슬 부슬 내리던 비는 점차 굵어지기만 한다.
잡범도 범죄행위라는 것을 하늘이 알고 심술을 부리니
원망할 수도 없다. 그냥 고개 숙이고 모른 척하고 갈 수 밖에 없다.
이 정도 되면 조망을 기대한다는 것은사치나 다름없다.
산행 시작 20분후 암릉구간이 시작 어찌나 험하고 비온후라 미끄럽던지 1157봉까지 2km 조금 넘는
거리에 3시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고 그 이후 십이담갈림 지나고 망대암산(해발 1236m)에서 여명을
맞이하고 듣던 대로 그리고 많은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소개하는 대로 오늘 구간의 숲은 여타 구간의
숲에 비해 잘 보전되어 있다.
심지어 신성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새벽안개에 비까지 내리니 주변 바위며 숲에서 곧 귀신이라도 나올 것만 같다.
비오는 야밤의 바위산행(세미 클라이밍)이 꼭 악조건만은 아닌 듯하다.
자연의 鬼神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福받은 雜犯’들이다.
남덕유 할미봉 내림길, 대야산 밤티재 오름길, 대덕삼봉 내림길,희양산 오름길,조령산 ...
힘들게 로프를 잡던 밤길이 스쳐 지나간다. 오늘을 위한 연습이었던가 보다.
거기다가 초저녁에 내린 비로 인해 상당히 미끄럽고 안개로 인해 주위 분간이 안될 정도이다.
왠만해선 밤길 만물상 오름은 매우 위험하니 만류하고 싶다.
두어차례의 하강로프를 잡은 후 왼쪽 십이담 계곡으로 이어지는 9부능선을 돌아 내리니
산죽밭이 이어지는 육산 내림길에 접어든다.
생김새로 이름붙인 UFO 바위 공터에 다다라 편한 자세로 물 한모금이 마신다. 정말 꿀맛이다
이렇게 물이 달기는 처음이다.
랜턴 아래 산죽밭, 귀신이 나올듯 하다.
어쨌든 굿과 풍수가 자연신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과학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자연보호에는 이러한 ‘자연숭배문화’ 만큼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없다.
이에 비해 자연정복을 내세우는 기술문화는 어떤가? 과학에 대한 맹신을 잉태시키고 이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중심주의 사고를 낳아 자연 파괴로 연결되고 있다.
자연재해, 기후변화 등은 인간중심주의가 초래한 대표적인 병폐이다.
산을 대할 때 그리고 자연보호를 외칠 때 객관성과 실증성의 잣대로만 따져서는 안 된다.
인간과 세상과 우주가 하나라고 믿었던 신화적 상상력이 어쩌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자연의 귀신과 같은 신비함이 우주 전체를 통합 ․ 조율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자연을 함부로 파헤치지 못한다.
미지의 영역에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굿이나 풍수는 비과학적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게 많은 대표적인 ‘미지의 분야’이기도 하다.
굿이나 풍수는 적어도 자연보호에서는 더 이상 迷信이 아니라 美信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대간이
전달하는 격언이다.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으련지... 겨우 겨우 힘들게 점봉산(해발 1424m) 정상에 서다.
훔쳐먹는 사과가 맛있다고 황철봉과 함께 가장 단속을 심하게 하는 점봉산을 정복했다는 짜릿함에
새벽 4시부터 허벌나게 쏟아지는 비를 맞고도 왜이리즐거운지 백두대간 산꾼들은 요런데서 맛이 가는것 같애.....
점봉산(1424) 정상까지의 북릉사면은 비교적 완만하게 200m 고도를 30여분 한가롭게 높혀간다.
오랜 풍상을 겪은 주목들의 널부러진 모습에서 노련한 완숙미를 엿보며 안개을 배경으로 녹빛 침엽의 강인함 마저 느낀다. 긴 역사의 큰 흐름을 말없이 간직한 채 이곳 하늘 가까운 조망터에 자리하여 선채로 오래 지켜 볼 것이다, 이 땅의 영혼들이 나아갈 길을... 이 땅의 모든 영혼들이 새로운 삶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가지기 위하여 불의와 싸워 나가는 장엄하고도 거룩한 걸음을 축복할 것이다.
한계령에서 점봉산까지 오는 코스는 단속구간이라 이정표나 시설물이 일절없고 숲이 너무 우거져 길이 없다시피 하여
시간이 훨씬 많이 지체되는 것 같고 거기다가 십이담 갈림길부터 쏟아지는 비 때문에 훨씬 힘이들다.
961봉 오색삼거리 2차 이정표를 지나고 미끄러운 빗길의 산죽밭길을 벗어나니 단목령까지의 편한 내림길에 멧돼지넘들이 온 산을 누더기로 만들어 놨다.
백두대간 산꾼들에겐 저승사자 같은 국립공원 관리공단 단속초소 - 한계령에서 점봉산-단목령까지 15,2km는 설악산구간 단속이 가장 심한구간으로 직원들이 출근하는 8시이전에 통과해야 하기에 암릉구간에 시간을 너무 허비하는 바람에 물 한모금도 먹지 못한체 뛰다시피해 통과한 시간이 7시 42분 범여는 뭐 아쉬워' 이 짓을 하나 모르겠네...
대간을 하면서 등산로보다 자연을 더욱 훼손하는 곳을 많이 보아왔다.
금산 및 고모치 부근 채석장이 그렇고 강원도 구간에 빽빽이 들어선 고랭지 채소밭도 그렇다.
녹색 버블 풍차도 주범 가운데 하나일 게다. 이들에 비하면 대간꾼들은 從犯(종범)도 아닌 잡범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오늘 구간에서 자연 파괴의 주범은 따로 있는 듯하다. 멧돼지들이다. 이들을 욕할 생각은 없지만
이들로 인한 태고의 식생들이 사라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대간꾼들을 무조건 틀어막는 데 에만 골몰하지 마라. 어떻게 하면 자연을 제대로 알게하고
나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보라.
그래야만 자연이 살아나고 대간도 살아날게 아닌가” ‥‥‥
숲이 무성한 오늘 구간에 서니 이런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아직 직원 도착 시간이 18분이나 남았다. 그래도 단목령(해발 750m)에 폼도 함 잡아보고 허허 범여 저 바지 좀 보소
이제 긴장이 풀리는갑다.산행시간 6시간 지나고 아침을 먹고나니 졸리기 시작하네
현재 걸어온 거리는 18,5km. 걸으면서 조는 즐거움도 꽤 괜찮은데
인제 진동리와 양양 오가리를 이어주는 檀木嶺(박달령,856)에 내려서 새로 세운 금속 표지판을 외면하고 오래되어 낡은 나무 표지판 앞에서 기념을 간직한다.
단(檀)이란 이 땅의 시조 단군왕검 이래로 큰 의미를 가진다. 박달-밝은 산-白山-태백산 임금으로 이어지는 큰 의미를 한 글자로 함축한 것이다. 단단하기로 이름난 박달나무에 그 이름을 붙인 것은 이 땅의 강인한 영혼을 접목한 것이리라..
백두대간 산행을 하다보면 참 들꽃(야생화)을 많이 본다 - 들꽃이 장미보다 이쁜 이유는 겸손하고 자기를
낮추는 下心 때문이 아닐까 (범여의 생각 中에서)
해발 1400고지에 갔다가 750고지로 올라가고 다시1200고지까지 올라가는 것을 대여섯번씩 반복해야 하고...
산에 미친지 어언 30여년 평생 이런 산행도 처음이다.
단목령에서 조침령, 그리고 진동리까지 약 14km 숲이 너무 우거지고 하다못해 바위하나도
없는 전통적인 육산에다 워킹코스. 마치 여기는 강원도가 아니고 제주도 올레길
걷는 느낌. 일반 산꾼기준 6시간 정도 소요될듯, 백두대간 끝나고 울 친구들 데리고 꼭함 와야겠다
오색에서 단목령(여긴 단속구간이 아님) - 산 좋아하는 울 친구들(일반 산꾼?) 뽕가게 말이다.
이 코스는 단점이 시작부터 끝까지 전망은 제로. 숲이 너무 우거져 주위 풍경은 아무것도 볼수없다는
아쉬움이면 아쉬움이랄까.
양양 양수발전소 근처에는 이름모를 야생화와 곰취를 비롯한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일반산꾼들이 전혀 발이 닿지 않는 천혜의 자연보고랄까.
너무나 보존이 잘 되어있다.
비슷한 고도의 마루금을 밟으며 1133봉을 지나고 얼마 안가서 점점 시야가 흐려지며
운무에 휩싸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해를 가리는 짙은 안개 속을 걷는다.
곳곳에 양수 발전소 상부 댐의 경고판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원자력 발전소를 이곳에 설치하질 않아 다행이겠지만 전기라는 문명을 위하여
또 우리는 이렇게 사시사철 안개로 뒤덮는 거대한 호수를 심심산중에 이루어 놓고
어떤 형태의 댓가를 치루며 그 값싼 전기료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얻느 것 만큼 항상 후세가 잃어가야할 그 무엇에 대한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양수발전소 댐, 자연정복의 전형이다.
그런데 오늘 구간에는 공교롭게도 자연정복 기술문화의 전형도 자리잡고 있다.
북암령을 지나 조침령으로 향하는 도중 산기슭에 자리잡은 양수발전소이다.
이 양수발전소가 산을 깍아 낼 때 산신 굿은 제대로 지냈는지 궁금하다.
얼마나 사람발길 안 닿아던지 길이 없어 길을 만들어 나가야했다
이제사 날이 조금씩 맑아오기 시작하고....
1018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선 후 계속 이어져 나타나는 900여m 고지를 지겹도록
마주하며 마지막 고통의 발걸음을 터벅거린다. 점점 발걸음의 속도가 느려진다.
선두는 이미 조침령에 다다른 모양이다. 운무로 시야가 가려진것이 이제 조금씩 보이기
943봉 조망대에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 900봉을 향한다.
조침령(해발760m) - 鳥寢嶺 ! 대낮부터 사기치고 있다.
오늘 산행의 종점인 조침령에 도착하니 鳥寢嶺이라고 적힌 대규모 새로운 표지석이 서 있다.
산이 너무 높아 새도 자고 간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옛 문헌 어디에도 鳥寢嶺이라는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
산경표에서도 曺枕嶺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고개가 높아 무리들이 쉬어간다는 뜻이다.
조침령이라는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아 표지석의 터(풍수)가 제대로 잡혔을 리가 없다.
정말 순수함 그 자체-울님 닮았네
드디어 오늘 마루금 끝. 오늘 27km를 10시30분에 끝내고 아 이 기분 정말 쿨하다.
근데 아직 진동리까지 30분 3km 남았다. 비포장 군사도로에 오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잠자리도 대간꾼을 반겨주고...
하산후 인제 진동계곡 방태천에서 알탕한 이 맛 그 무엇에 비교하랴
하산 종점인 진동리 삼거리에서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뿌리는 장마비에
많은 지역들이 피해가 속출하고 토욜 서울도 예외가 아니고
범여 지난주에 200mm 이상의 비에 산행하다 아끼던 돼지털 카메라가
물을 먹어 폐기처분하는 피해를 맛봐야 했다 그렇다고 산꾼의 앞길을
막을 수가 없었다. 더군더나 오늘구간은 단속이 심한 지역이라 평생
못 갈수 있다는 생각에 구미가 더 당겼다. 다른 산꾼들 역시 마찬가진가 보다
인원 50명, 5명이 보조의자에 앉아 가야했다. 나 말고도 맛이 간 넘이 많구나
도로는 막힘이 없었다. 양재역에서 출발. 내설악 휴게소까지 1시간 50분도착
단속요원 퇴근 시간 맞추느라 1시간의 휴식을 취한 후에 한계령에 도착 신속히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가 추운게 장난이 아니다. 20분후 암릉구간을 만나 혹독한 신고식을 하고
십이담 갈림길에 도착하니 그때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얼른 카메라를
비닐에 싸서 베낭속에 집어넣고 부지런히 걸어서 망대암산(해발1236m)에 여명을 맞이하고
점봉산에 향해 걷기 시작. 약 40분후에 도착하여 실망 그 자체 여긴 전망이 좋아
맑은 날엔 설악산의 모든 구간을 조망할 수 있는 곳. 梵如는 아직 德이 부족한가 보다.
단목령을 8시 이전에 통과하기 위해 멈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물도 한 모금 마시지 못한체
7시 42분에 도착, 긴장이 풀리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걸으면서 졸음이 쏟이지기 시작...
이젠 룰루랄라 코스. 무조건 걷기만 하면 되는 코스. 그 대신 주위 조망은 숲이 너무 우거져
아예 포기하고 졸면서 걸었다. 한계령-망대암산-점봉산-오색 갈림길-단목령-북암령
양수 발전소-조침령- 진동리. 마루금 날머리 포함 약 30km 10시 30분에 산행 완료
비 올때 산행은 너무 힘이드네. 세월을 어쩔 수가 없나보네
'♣ 백두 대간및 9정맥 후기♣ > 백두대간 1차 북진(終)'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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