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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백두 대간및 9정맥 후기♣/백두대간 1차 북진(終)

백두대간 제45구간 - 한계령-대청봉-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

by 범여(梵如) 2010. 3. 26.

산행일시: 2009년 7월 4~5일

산행구간: 한계령-서북능선-끝청-중청-대청-중청-소청-소청대피소(1박)-봉정암-소청-희운각

               신선대-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신흥사-주차장

거리 / 시간: 들, 날머리 18km, 마루금 16.5km/ 약14시간 소요

 

범여가 오랜 꿈이었던 설악산 비박을 함 해보기로 하고 젊은 산꾼 3명과 토욜(7월4일) 08시30분

동서울 터미널에서 한계령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실로 감회가 깊었다.

아마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기는 아마 20여년이 넘었기에...

 

한계령에 도착하니 예정시간보다 30여분 지연 점심을 간단하게 마치고 오후 1시에 산행을 시작

설악산에 저날 비가 온 탓인지 습도가 무지 많았고 운무가 넘 많이 끼어 조망권도 거의 제로상태

거기다가 산에서 세끼 식사를 해결해야 하기에 비박장비,옷,구급용품에, 생수까지

베낭무게가 30kg 가까이 서북능선 삼거리쯤에 가니 벌써 어깨가 빠지는 느낌이다

올라가다 경남 함안군청 불자회 회원들이 봉정암 가는 길에 힘드시겠다며 파프리카를 주는것이

왜 이리도 맛있는지. 아시다시피 설악산은 대피소 외는 생수를 전혀 구할수 없다

 

그러다보니 베낭은 무겁고... 긴 여정끝에 끝청, 대청,중청을 지나 소청 대피소에 여장을 풀었다.

소청에서 식사를 마치고 봉정암에 갔다와서 자리가 없어서 대피소 마당에서 침낭에 비닐

덮고 잠을 청했다. 설악의 구름을 이불삼고 푸른 하늘의 별을 지붕삼고 저 아래 봉정암의

목탁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했다. 물론 주위가 시끄러워 전혀 잠을 청할 순 없었지만...

소청 대피소의 일몰은 정말 무릉도원에 와 있는 느낌 그 자체...

 

새벽 3시반 기상 부지런히 라면에다, 햇반, 거기다가 참치까지 넣어서 식사하고 04:30분

다시 출발 소청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렸다. 05:15분 일출 구름속으로 보고 부지런히 희운각 지나

신선대, 공포의 공룡능선, 마등령에 도착하니 체력은 거의 고갈상태, 다시 초코렛에 식염수, 커피로

몸을 추스리고 금강굴, 비선대에 도착하니 낮 12시 첫집에서 허기를 참을 수 없어

션한 맥주에다 열무국수의 맛은 그 무엇에 비유하라... 다시 걸어서 소공원 지나

신흥사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려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신흥사 주차장에서 다시

버스 주차장 도착, 13시간의 긴 여정은 끝나고... 같이 보조를 맞쳐준 3명의 젊은 산꾼에게

감사를 드리며 이렇게 힘들어도 또 가자며 다시 따라 나설 것이다  

한계령-서북능선-끝청-중청-대청-중청-소청-소청대피소-봉정암-소청-휘운각-신선대

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신흥사-주차장 총29,5km 마루금16,5km 들,날머리 18km

14시간의 긴 여정은 끝이나고.... 

오늘 산행구간의 지도

미시령 - 한계령 구간의 3D 지도

한계령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산꾼들에겐 정다운 단어이다.

휴일이라 국도가 많이 밀려 12시 30분이 돼서야 한계령에 도착했다. 

후배산꾼들과 한계령 휴게소에서 산채정식에다 동동주 한잔을 하니 기분이 쿨~하다.

 오늘은 북진(北進)이다. 중청,대청을 오르고 희운각으로 내려와 공룡능선을 타고 설악동으로 하산한다.

한국 산하의 자랑, 설악의 머리에 올라 등뼈를 타고 내려오는 백두대간의 가장 화려한 코스이다.

어느 아웃도어 업체의 광고이긴 하지만 글귀가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아서...

서북 주능선 삼거리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며서

이 코스를 수도 없이 타봤지만 뭘건 대낮에 이 코스를 타보긴 처음이다. 

저 아래 점봉산과 그 아래 오대산 자락들이 손에 잡힐듯이 보인다.

고투를 겪으며 올라선 청봉길에서 대간길을 벗어난 탓에 서쪽의 귓떼기로 밀려난

대승령쪽큰 봉우리를 뒤로 하고 동쪽 대청을 향해 나아간다.

1397 안부를 지나이 벌써 베낭을 진 어깨가 무거워 오기 시작한다.  

단지 간간이 막아서는 암봉들을 우회하며 짚어 나가는 스틱이 너덜 밟기를 지탱해 주며 발목이

불안하여 제대로 속력을 내질 못하고  조심스레 밟아 오른다.

점점 높아지는 고도를 느끼며 가쁜 된 오름을  맞을때 마다 후배 산꾼들이 격려를 한다.

산행이란 구도자의 길과 같다. (범여의 생각 中에서)

30kg이 넘는 베낭이 오늘은 습도 때문인지 더 힘이들고...

雲霧에 습도도 많고 그렇지만 산은 언제나 인간에게 조건없이 모든걸 베풀고

끝청(해발 1610m)정상에서

끝청(1610)에 가까스로 올라서서 저 아래 남설악과 한계령 내림길을 맛본다.

함께 한 두 후배 산꾼의 얼굴에 금빛 햇살이 가득하다. 항상 밝은 마음으로 중년의

 멋스러움을 오래 간직하며 건강한 삶으로 후배들과 두루 멋진 산행을 이어갈 수 있기를...

자꾸만  지쳐 오른 서북능선을 조망하며,  이 땅의 가장 깊은 산중을이룬 채, 문명마저도

거부하며 가장 깨끗한 민족의 영혼을 이루고 있으리라..

내 그 잔등을 살그머니 밟으며 밀려오르는 영혼들의 속삭임만 들으가며 함께 하기를... 

이젠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끝청에서 제법 시간이 지체되었나 싶다. 중청으로 급한 걸음을 재촉한다.

편한 걸음으로 북동 능선을 10여분 밟아 나가니 중청봉 꼭대기(1676)는 둥근 군사

시설물이 점유하고 9부 능선을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니 발아래 중청 대피소가

구면인듯 반기고 맞은편 대청봉이 햇살아래 눈부시며 , 오름길 너덜이 아프도록 상처난 채 긴 다리를 끌고 서있다.

바람은 더욱 세차고 땀이 식은 범여는 한기를 느낀다. 이제 대청봉은 서서히 오늘 하루를 마감하려 한다. 

울님만큼이나 이쁘디 이쁜 초롱꽃(?)

중청 대피소에서 이스리 한잔을 하고 서둘러  대청봉(1708)으로 향한다.

바람은 더욱 세차고 자켓 속으로 한기가 스며든다.

모처럼 맑은 날씨에 속초 시내 호수들을 즐기고 앞바다를 조망하며 강릉 쪽 남으로

고개를 돌리니 파도에 밀려오는 푸른 산너울이 발아래에 닿는다.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에서

중청 대피소에서 대청봉을 배경으로

저런 그림 때문에 산꾼들은 설악산에 미치는가 보다

수렴동 계곡 자락이 골골이 전설을 머금은 가벼운 운해를 띄고 미소지으며 파도되어 밀려 온다.

이 땅의 가장 깊은 산중을 이룬 채, 문명마저도 거부하며 가장 깨끗한 민족의 영혼을 이루고 있으리라..

내 그 잔등을 살그머니 밟으며 밀려오르는 영혼들의 속삭임만 들으가며 함께 봉정암 계곡 자락으로 내려 갈 것이니..

부디 그대로 영원히 깨지 말고 잠들어 쉴 수 있기를.. 

소청 대피소에서 바라본 봉정암 뒷쪽의 암릉들

젊은 산꾼들과 이슬이에 션한맥주에 폭탄주로 비박을 즐거움을 만끽하고,

근데 범여는 갑자기 뇬네가 된 느낌에 왠지 서글퍼지고... ㅎㅎㅎ 아직 맘은 20대인데 말이다

소청 대피소에 맞이한 일몰 - 어제 다시 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까

봉정암 사리탑에서 - 나와 모든 인연있는 분들의 소원을 기원하고(바람행님 내맘 알제.)

소청(해발 1550m) 정상에서 구름사이로 설악산의 일출을 맞고(05:15)

 

희운각 까지 평소 한시간 정도의 죽음의 능선길에서 철계단 내림길이 만만치 않고

햇볕에 녹을 만한 날등 길은 미끄러워 매우 조심 스럽다.

마주 보이는 공룡능선 길과 오른 쪽 천불동 계곡을 조망하며 천천히 구름타는 한가로움에 홀로 발길을 멈추기도 한다. 산꾼들이 적어 소청을 돌아 내리는 시간이나 거의 맞 먹을 시간이다.

그러나 산중미인  설악의 진미를 들여다 보려면 역시 죽능의 어려움을 겪어야할 것이다.

간간이 끊어지는 날등 길에서 끝까지 좌우 계곡으로 떨어지질 않고 마루금을 잘 찾아 내려서야만

희운각 뒷켠으로 떨어진다. 

신선대에서 공룡는선을 배경으로 한껏 멋을 부려보고

희운각에서 30여분의 힘든 첫오름을 맛 본후 신선봉 조망대에 올라선다.(12:10)

왼쪽 가야동 계곡을 감싸고 병풍을 이룬 용아장성릉선이 그늘을 드리우며 다가온다.

저 넘어 봉정암 내림길 수렴동 계곡의 아름다운 추억들..

마치 고향을 찾듯이 설악을 넘나들며 속초를 찾아 다닌 것이 벌써 몇년인가.오른쪽으로 밟아 내리니

숲길 같은 부드러움이 잠시 이어지고 화채봉 아래 천불동이 깊게 드리운다. 

 

공룡능선에 들어선다. 아직은 짙은 구름으로 전망이 거의 없다

그러나 마치 신선에 사는 곳에 온 느낌이다. 공룡이라는 작명(作名)에 평소에 유감이 있었다.

 이 지구상에 과거 한때 살다 지금은 완전히 소멸된 파충류를 어찌하여 초록별 지구와

함께 영원이 존재해야 하는 설악의 주능선에 명명(命名)했단 말인가?

생명체의 유한성(有限性)과 자연의 영원함을 구별 못한 넌센스이다.

생긴 모습이 공룡의 등뼈와 같다 해서 이름을 지었다니 얼마나 즉물적(卽物的)인 발상인가?

안개낀 공룡능선 - 무릉도원이 별것인감, 공룡능선도 요로콤 멋있는데

이름에 대한 불평은 잠시 접어 두자. 그래도 공룡능선은 절경이다.

피라미드 같은 삼각봉과 기이한 모양의 첨봉들이 즐비하게 솟아있는 백두대간 최고의 능선이다.

절경에 어울리게 힘도 든다. 봉우리 사이사이 깊게 가라앉은 안부가 있어 자연 요철이 극심하여

거리는 5km 남짓하지만 여간한 건각이 아니고서는 진이 빠지는 고생을 해야한다.

1275봉을 향하는 암릉에 서면 마치 뉴욕의 월가(wall street)마천루 거리를 걷는 듯한 환상을 갖게 한다.

길이 너무 좋다. 아니, 언제 그랬는지 모르지만 길이 너무 좋아 졌다.

돌계단으로 매끄럽게 포장되어 있다. 다리가 편한대신 마음은 불안하다.

 불안하다는 것은, 이 훌륭한 자연에 [편의]라는 이름으로 인공의 조형물이 하나 둘

비집고 들어와, 정확히 어느 시점에 어떠한 이유로 소멸되었는지 모르는 공룡의 운명처럼, 우리의

지상낙원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는 걱정이다. 사과 하나 따먹은 하와(Eve)의 잘못에서 비롯된 실락원(失樂園, Paradise Lost)의 비극은 그 장구한 세월동안 수 많은 인간의 노력과 기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복락원(復樂園, Paradise Regained)을 향한 신(God)의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을진대, 이 돌계단

하나 하나가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우리의 낙원 설악을 송두리채 앗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벼르고 별렀던 공룡능선과의 대면이 짙게 깔린 비구름에 차단된 서운함에 대한 짜증인가?

공연히 뚜렸한 대상도 없는 트집을 잡는다.

하산길의 설악산 비선대의 모습

5.1km의 공룡길이 4시간이 지나서도 마등령 내림길은 아직도 모습을 숨긴 채 다시금

칼날 암릉을 지난 후에야 다소 편안한 곰골로 이어지는 마등령 야영장에 닻을 내린다.

돌무덤 위  나무독수리가 기가 차다는 듯 꺽꺽거리며 비웃듯이 목을 돌린다.

비선대 하산길을 만나는 마등령 정상은 아직도 10여분 지쳐 오르는 힘겨움이 남았으니,

이 곳 넓은 야영장 벤치에 앉아 후배 산꾼이 건네주는 따뜻한 물 한잔에 피로를 날리며 휴식을 취한다.

 

아직도 2시간 하산길이 남아 있지만, 몇주 전 황철봉 북능 구간 종주 때 밟아 내린 탓에 크게 걱정은 되질 않는다.

쉬엄 쉬엄 내 지친 걸음으로 터덜거리다 보면 또 한구간이 접어지리라..

 

저 지나온 공룡이 날 이리도 아쉽도록 붙잡으며 청봉들 마저 아직 빛을 발하는 오후다. 

천불동 계곡을 만나는 비선대를 향한 내림 길에서 설악을 적시며 금강문을 넘고 세존봉(진대봉)에 이르니

가파른 금강굴로 이어지며, 그 아래 이 아름다운 계곡에 온갖 장사꾼이 다 모여 계곡을 버린다.

산꾼들의 편의에 의해 있긴 하지만 볼썽사납다. 더위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냉국수로 허기를 채운다.

이율배반적으로 말이다.

 

신흥사 일주문에서 설악산 비박을 마무리하고

 

설악동 계곡과의 만남이 어언 20여년..

참 질기도록 긴 사연들을 안고서 찾아드는 신흥사 개울가 하얀 개천 다리를...

그렇게 오늘은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주차장으로 서울가는 버스타러  터벅거리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