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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 백두 대간및 9정맥 후기♣/백두대간 1차 북진(終)

백두대간 제47구간 마지막구간 -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

by 범여(梵如) 2010. 3. 26.

산행일시: 2009년 12월 12일~13일

 산행코스: 미시령-샘터-상봉-화암재-대간령(새이령)-화암재-병풍바위-진부령-알프스콘도-홀리마을-진부령

              (16km: 8시간 30분 소요)

 

설레임!! 두려움, 만남!!, 인연, 그리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멀고도 길었던 대장정의 길. 돌이켜 보면 눈 깜짝할 사이 자나가 버린 추억의 길들...

긴장된다. 대간의 마지막 길이 첫 만남이상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축하 산행을 해주기 위해 동참해 준 후배 산꾼들을 위해서라도 멋진 대미를 장식해야 할터인데...

미시령에 도착했다. 지난주에 개 떨듯이 추웠던 날씨는 어딜가고 정말 산행하긴 정말 좋은 날씨다

근데 또 훼방꾼(?)이... 이곳은 또 단속구간이란다. 단속초소를 피하기 위해 미시령 휴게소 300m 

전방에서 렌턴을 끄고 철조망을 월담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그래도 강원도라 능선을 올라서니 차가운

바람이 산꾼을 맞이하고... 50분을 계속 치고 올라오니 샘터를 만나고 이젠 이곳부터 암릉에다 너덜지대

에 바짝 긴장이 된다. 후배 산꾼들이 동행 하였기에 물론 전문 산꾼(?)들이긴 하지만 일반 산행과 백두대간

산행은 방식에서 차이가 나기에... 신선봉까진 험한 계곡과 너덜지대, 암릉을 통과해야 하는데

속좁은 설악산 관리공단 직원들이 로프를 다 잘라버려 산악회에서 가져간 로프를 설치하여 겨우 직벽을

내려간다. 빙벽에다 엄청난 직벽이라 바짝 긴장이 되고 오금이 저려온다

오늘은 축하산행을 해주기 위해 오신 일반 산꾼들이 많아 시간이 엄청나게 지체된다.

거기다가 바닥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상봉에서 신선봉까지 3km를 2시간 반이상이 소요되고...

지난 여름 황철봉 구간이 생각난다. 6km가 넘는 집채만한 너덜길을 네발로 기어간 기억...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길을 걷는다. 날이 밝을 것 같지 않은 오늘도 어김없이 시간이 되니 날이 

밝아온다. 대간길에서 만끽할 수 없는 멋진 아침 만찬을 즐기고 대간령으로 향했다.    

병풍바위를 찍고 마산봉에 도착하니 선두에서 연락이 왔다. 빨리 오라는 신호이다

근데 후배 산꾼들은 갈 생각을 않고 부지런히 먼저 하산하여 진부령에 오니 친구들이 꽃다발과

기념패를 만들어 기다리고 있고... 범여가 최고로 해피한 날

약 1년동안 참고 기다려준 가족과 응원을 아끼지 친구들, 마지막 산행을 격려하기 위해 진부령까지

찾아와 기념패와 꽃다발을 전해준 바람행님과 민박사,그리고 모든 지인들 모두 모두 고맙심더

...... 이제 대간을 마쳤으니 또 다른 산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러나 어느 산을 찾아 나서더라도

그 산은 대간의 범위를 대간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이 땅의 모든 산들은 대간에서

가지(정맥)를 치고 또 그 가지에서 가지(지맥)를 친 산이기 때문이다.

대간이 곁에 있어도 대간을 나는 또 그리워 할 것이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내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유 시화님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미시령에서 진부령의 개괄도

 

요즘 입산 단속이 얼마나 심한지 원래 구간인 미시령 휴게소에서 200m 아래인 게곡에서 랜턴을 끄고

철조망을 월담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마지막 산행까지 전과자(?)의 신분으로 산을 오른다. 왠넘의 규제에다 단속이야. 백두대간 타는 사람만큼

산행에 대한 애착심과 자연보호 정신만큼 있으면 자연은 제대로 보존될 것이다 

약 50분간 급경사를 치고오니 샘터의 옹달샘이 산꾼을 반겨주고

길이 아닌 너덜지대를 오른다. 바람소리에 모든것이 묻혀 버린다. 가쁜 숨소리, 스틱소리, 등산화에 밝히는

눈소리.. 고지가 높아질수록 한발한발 내딛기가 힘에 겨워진다. 가슴은 콩닥콩닥 머릿속은 바람들은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두발아닌 네발로 너덜지대의 바위를 기어 오르니 어느덧 상봉(1241m)이란다

돌탑앞에 조그만한 표지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연은 인간의 위대한 스승이다. 환경에 맞서기보다는 순응하면서 살아가면서 배우는 뛰어난 지혜, 이제

인간들은 제발 있는 그대로 두고 살면 안될까 - 상봉 가는 너덜길에서 만난 바람에 맞서기 보다는 바람에

순응하며 남쪽으로 가지를 두고 있는 소나무 

상봉에서 오르막 내리막 길은 간을 오그라들게 한다. 급경사의 직벽에다 속좁은 설악산 관리직원들이 로프를

없애 버리는 바람에 산악회에서 가져간 밧줄에 몸을 의지해 보지만 많은 눈에다 얼음으로 덮혀있어 잠시라도

눈을 팔면 낭떨어지로 굴러 떨어질것 같은 공포감에 식은 땀이 절로나는 구간이 4군데나 있다.

아이젠에 걸리는암릉 크랙이 자칫 몸을 곤두박질 치게하니 매우 조심스럽다. 스틱을 접고 본격적으로 급경사 내림길에서

네번의 미끄러운 로프타기를 끝내고 나니 화암사가 잠이 든 천진천 신평리가 보이는 화암재에 내려선다.

 짧은 구간에 1시간이 넘게 시간을 쏟아 부었지만 무사히 안착했음에 안도한다.

지난 봄 빗속에서 내려 밟던 대야산 암릉 오름길이 생각나고 밤티재에서의 아찔했던 암릉 건너뛰기가 떠오른다.

너덜지대의 정상에 있는 신선봉의 표지판 앞에서

 

화암재에서 10여분 짧은 오름으로 신선봉 갈림길 공터에 다다라 선두조와 조우하고 잠시 숨을 돌린다.

 어둠속의 신선봉은 한 낮의 화려한 조망을 감춘 채 잠들어 있다. 이름하여 금강산 신선봉이라 했던가..

그냥 잠시 어둠속의 암봉을 쳐다본 후 대간령 편한 내림길을 왼쪽으로 돌아 내린다. 깊은 눈길이 잘 러셀되어 참 편한걸음을

이루나 보폭이 높아지며 아무래도 졸업산행에 동참한 후배 산꾼들 땜에  예상시간은 길어진다.

대간령 가기전 아침 만찬을 준비한다. 정말 푸짐하다. 오늘은 선두에 나서길 포기했다. 정말 여유롭게 마무리 하고 싶다.

범여의 졸업산행을 축하해 주기 위해 산행에 동참해준 후배 산꾼들

오르고 내리고 길을 걷는다. 날이 밝은것 같지 않은 오늘도 어김없이 시간이 되니 날은 밝아온다.

정신없이 걷는 발걸음이 초라한 나무 표지판 하나에 의지한 대간령에 도착한다. 그 옛날 인간이 네발(자동차)

이 아닌 두발로 다닐때 강원도로 가는 유일한 길이 이곳 대간령이란다(注 대관령이 아님)

병풍 바위 가는 길에서

대간령에서 된오름으로 오른 암봉에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속초 바닷가와 내설악의 산마루 파도를

조망한 후 다시금 제2암봉으로 향하는 길에서 짙은 운무로 스크린을 닫아가는 자연의 조화를 맛 본다.

이제 마지막 걸음에서 북녘을 조망하며 새로운 설움으로 북 받쳐 오를 내 기분을 알아 챈 것일까..

점점 짙어지는 운무가 제법 뺨을 적시도록 차갑게 젖어 온다.

사위는 어두울 지경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심술궂은 바람도, 몸을 떨게하는 추위도 없다. 축복 받은 걸음이다.

대간을 마치고 나니 어느 산이 가장 좋더냐? 고 질문을 받게 된다.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다.

지리산은 지리산대로 설악산은 설악산대로 특징과 감흥이 있다. 심지어 마루금 가운데 가장

높이가 낮은 지기재, 백학산도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 이들 산들은 조화를 이루어가며

때로는 서로 의지해가며 대간 마루금을 형성한다.

 

만약 모든 산들이 지리산 같으면 지리산은 웅장함을 알 수 없고 모두 설악산 같으면

설악산을 찾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인간세상도 마찬가지다. 키가 크고 작은 사람, 부자 빈민층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역할과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에 기여하고 잇다.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산은 특히 대간 마루금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말없이 깨우쳐 주는 존재다

산(대간)은 인간에게 생명을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어머니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스승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산을 함부로 대해서도 안되며 산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 - 범여의 생각 中에서 - 

후배 산꾼들과 병풍바위 정상에서

마산봉(1051m) 정상에서 향로봉을 배경으로 -  다리에 힘을 다 쏟아 부었는지 다리가 자꾸만 무거워진다.

 

알프스 스키장 갈림길 정상까지 30여분 숨가쁜 된오름을 마지막으로 오른쪽 마산봉에 올라선다.

저 건너 향로봉은 자꾸만 범여를 유혹한다. 왠지 눈물이 맺혀 괜시리 햇빛도 없는 날에 선글래스를 낀다.

이제 가을 추수하듯 이 내림길을 밟으며 11개월의 생각들을 거두어야 한다. 부질없는 상념 속에서 지나

온 가을, 겨울, 봄, 여름,그리고 또 가을을 보내고 흰 눈 밟으며 여기에 섰다. 내가 택했던 내 방랑의 길..

이제 잠시 접어야 할 이 마지막 구간의 내림길을 바라보며 회한의 눈물이 흐른다. 내가 찾고자 했던 그

영혼의 자유는 아직도 잠들어 있는가..밤을 새워 만나고자 했던 슬프고도 아픈 이 땅의 원혼들에게 이제

잠시 이별을 고해야 할것이다.

대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마산봉을 향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마산봉의 정상 오르기 전 하나의 표지판이 보인다

어느 산꾼이 표지판 뒤에 써놓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를...

대간길의 마지막 봉우리에서

지나간 추억의 대간길을 회상해 봅니다..... 정말 언제 다시 오지 모를 길이다.

 

정상에 오르니 저 멀리 더 나아갈 수 없는 향로봉 끝자락이 눈에 쌓여 있다.

만감이 교차한다

마산봉 정상에서 바라본 신선봉

대간은 문화적으로 산과 물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우리민족의 생활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백두대간이라는 용어는 우리 민족 생활공간의 끝(혹은 시작)이 백두산이라는 뜻이다. 환경학자 이도원에 따르면,

 “일제가 우리 국토 모양을 토끼 모양으로 비유하자 육당 최남선이 신경준의 백두대간을 원용하여 연해주를 향해 발톱을

세운 채 포효하는 위풍당당한 호랑이의 모습으로 한반도를 그렸지만 이는 우리 스스로 우리 민족의 생활공간을 한반도

지역으로 한정한 것으로서 일본인들의 꾐수에 반은 넘어간 꼴이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분명 우리의

대간은 백두산이 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중심점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만주 땅에도 우리 민족의 생활공간이

존재했으며 이들 생활공간 역시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은 분명 잘못된 용어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주 땅을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자는 것도 아니며, 언젠가는 무력으로라도 빼앗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경제, 문화 및 사회 등 다방면의 교류를 통해 만주지방으로

우리의 활동영역을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대간 산행도 북한 땅을 거쳐 백두산에서 멈추지 않고 만주

지방으로도 연결될 것이다.

하산길에서 바라본 알프스 리조트

마산봉에서 다시 되돌아 나와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20여분의 가파른 내림길을 밟은 후

알프스 스키장 위의 능선에 내려선다.

 대간 표지판에 낙서들이 즐비하다.

수많은 산꾼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 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련다 물처럼 바람처럼 인연이 되면 다시 오리라

 

저 아래 내 친구 바람과 민박사가 알프스 콘도 앞에서 차량대기 하고 있다고 자꾸만 전화가 온다.

자꾸만 바빠진다. 마음만... 후배 산꾼들은 내려올 생각도 안한다. 참으로 느긋하다.  아침 7시에 서울서 출발하여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 기념패와 꽃다발을 준비하고서... 바람은 몸도 성치 않은 상태에서...

홀리 마을에서

흘리 마을의 팬션들을 지나며 지난 걸음을 되돌리는 발길이 포장도로를 터벅거리니 별로 기분이 나질 않는다.

그동안 숱한 마을 길도 지나고 지리산 아래 가재마을의 마루금 지방도도 걸어 보았지만

오늘은 왠지 좀 더 숲길을 걷고 싶다.

긴 시간을 밟아 진부령 표지석이 보이는 곰상 앞에서 닻을 내린다.

마지막 종착지 진부령에서 이제 무거운 베낭을 내려 놓으련다

이 꿀맛(?) 그 누가 알리오 

후배 산꾼들이 축하 플랑카드도 만들어 멋진 이벤트도 해주고...

친구들이 완주 기념패도 해주고 ... 범여의 가장 해피한 날

 

백두대간종주기념

 

                       산사나이 김복환

 

머언산 봉우리 넘고 또넘어

두자 발걸음 돌아보니 아스라이 이천삼백삼십리길

봄.여름.가을.겨울. 스물넷 계절이던가.

첫 새벽 어둠 헤치고 렌턴빛 추스리며 스틱잡기 삼백여차례

비바람 무섭게 몰아치던 산등성은 몇개였으며

눈발 나리던 매운 칼바람 봉우리는 몇개였을까

땡볕속 가시덤불 숲을 헤치던 덤 산행은 얼마였으며

절경과 비경을 넘어버린 그 환호성들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기쁨은 얼마였던가.

죽기까지 다시 가볼 수 없는 그곳들

평생 아름다운 꿈속의 그곳으로 묻고 살리라.

구름내려다 보이는 푸른 적송의 기상으로

흔들림없는 바위의 위용으로

그곳들을 사랑하며 평생을 살리라.

 

   2009년 12월 13일

                          영원한 친구

                            권영윤. 민해기

백두대간 졸업식장에서

졸업식 뒷풀이가 끝난 후 동해안 바닷가에서(강원도 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