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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여(梵如)의 世上사는 이야기
어천(금대)지맥(終)

어천(금대)지맥 제3구간 -비슬이재에서 다래재까지

by 범여(梵如) 2024. 5. 18.

☞ 산행일시: 2023년 05월 12일

☞ 산행날씨: 맑음

☞ 산행거리: 도상거리 9.2km+날머리 3.6km / 6시간 55분 소요

☞ 참석인원: 나홀로 산행

☞ 산행코스: 비슬이재- 무명봉- 안부 무명봉- 869m봉- 무명봉- 각희산 갈림길

                    1.058.5m봉- 안부- 갈림길- 암봉- 안부- 안부-  1,038.8m봉- 무명봉

                    고개- 안부- 1,050.2m봉- 안부- 무명봉- 999.2m봉- 안부- 1,017.5m봉

                폐헬기장- 안부- 1,032.8m봉- 물방울산- 안부- 안부- 폐헬기장

                964.4m봉- 소래재- 갈림길- 안부- 1,093.1m봉- 넓은 안부- 암봉

                무명묘지- 무명봉- 934.4m봉- 안부- 891m봉- 암봉- 안부- 873.7m봉

                안부- 암봉- 안부- 무명봉- 다래재- 상승두 마을- 소라골

☞ 소 재 지: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구지명:동면), 임계면

 

요즘 들어서 이상하리만큼 체력이 떨어진다.

이번주는 초파일이 가까워지면서 제등행렬같이 행사도 많고 사무실의

업무 때문에 휴식을 취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최근 들어서 음식에 대한

맛을 느끼지 못하면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게 원인일 듯 싶다.

 

일기예보로는 이번주에도 주말 양일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산행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었는데, 저녁 늦게 일기예보를 검색해 보니

토요일 밤 11시에 비가 그친다고 한다.

 

그럼 산에 가야지 하고, 간단하게 베낭을 챙겨놓고, 몇개 남지않은 강원도의

지맥길을 가기로 한다...그러던중에 택한 곳이 지난 6월에 2구간을 끝내고

멈춰버린 어평(신산경표상:금대)지맥 3구간을 갈려고 준비했다.

 

그 이유는 우리 가게에서 전기 공사를 해주는 업자가 강원도 태백 출신인데

며칠전에 일을 하러와서는 이번주말에 강원도 태백의 고향집을 가는데

혹 태백쪽 산에 가시면 입구까지 택배를 해주겠다고 하니 당연히 가야지

윤 사장님!...복받을 겨...

오늘 산행구간의 지도

동서울발 → 고한행 버스표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05시 20분

어제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찾고나니 시간이 좀 남아돈다.

어차피 입맛은 없지만 고한에 가서 밥을 먹으려면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서 터미널 밖에있는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

한 그릇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06시에 버스를 타자마자 습관처럼 깊은 잠에 빠졌다가 버스가 제천의

어느 휴게소에 도착하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린다.

1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한 다음에 45분 정도를 달려서 고한터미널에

내리니 전기업자인 윤사장이 태백에서 고한으로 와서 나를 기다린다

고한터미널(08:30)

터미널 맞은편의 편의점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신 다음에

윤사장의 차량에 탑승하여 비슬이재로 향하는 길은 구절양장의

도로 주변 경치가 정말 멋지다...40여분 정도 걸려서 비슬이재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 윤사장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산행으 준비한다

비슬이재(琵瑟峙:795m:09:20)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와 임계면 경계에 있는 고개로 고개 정상에는 벌문재(795m)라

표기가 되어있고 조금전에 지나온 이동통신탑의 팻말에는 비슬이재라 표기가 되어있어

처음온 산꾼으로 상당히 헷갈리는데 화암에서 임계로 넘어가는 421번 지방도가 지나간다.

산꾼들은 대다수가 비슬이재라고 부르는데 또다른 지명으로는 벌문재(筏文峙),버실이재,

벼슬이재라고도 불린다.

 

머리를 뜻하는 '받'이 '볏'과 '벼슬'로 변해 한자인 비슬(琵瑟)을 취해서 이름이 지어졌으며,

이것이 변해 지금과 같은 여러 명칭으로 불리고 있으며 각희산으로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이

산행을 시작하는 곳으로 들머리가 이 고개이다.

비슬이재 임계면쪽의 모습

비슬이재에서 이어지는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로 이어지는 구절양장의 도로

화암리(畵岩里)는 해발 400m이상의 산간지역으로 밭농사와 고랭지채소 위주로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화암면 지역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으며,

자연마을로는 구슬동, 천포, 화표동, 미천, 오산 등이 있다.

 

미천은 쌀이 많이 생산되는 마을이란 뜻이고, 오산은 마을 지형이 커다란 자라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구슬동은 9명의 선녀들이 비파를 타며 놀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화암리는 마을 사방을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하여 이를 한자화 해 화암리가 되었다.

화암약수, 화암동굴 등 화암팔경으로 대표되는 관광자원이 있어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으며 또 대단위로 농사가 이루어지며 특산물로는 잣이 있다.

산행을 시작하다(09:35)

지난해 6월 5일에 2구간을 마쳤으니 정확하게 11여개월만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구나...주변의 이곳 저곳을 둘러본 다음에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는 임계쪽으로 가다가 좌측을 보니 낙석 방지 바리게이트 끄트머리에

선답자의 시그널 몇개가 걸려있는데 도로 옹벽이 너무 높아서 기럭지가 짧은

범여로서는 숏다리의 悲哀를 엄청나게 느낀다...그래도 그렇지

지맥길 산행 짠밥이 얼만데..바리게이트 와이어줄을 잡고 올라선다

낙석방지 휀스쪽으로 올라서니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하는

쥐오줌풀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인사를 건네온다...그래 반갑구나

초반부터 곧추선 오르막으로 향하는데 홀아비꽃대가 범여를 반긴다.

꽃줄기가 하나 길게 올라와 그 끝에 하얀 꽃이 둥그렇게 뭉쳐  피는데

꽃대가 하나라서 홀아비꽃대인 것이다. 

근데 왠지 너의 이름이 애처로워 보이는데 꽃말마저도 외로운 사람이라니...

비록 홀아비일망정 이 힘든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가자꾸나.

 

너무 서러워마라 나도 지금 마누라가 스페인으로 2주일 일정으로 여행을 

갔으니 너와 똑같은 입장인 홀아비인 셈이다...홀아비(?)로 살아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더라...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사니 그렇게 편한데 뭘...

참취나물도 보이기 시작하는데 벌써 누군가가 개시를 한 모양이다

초반부터 빡세 오름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100여m 정도 빡세게 치고 오르니 능선이 나오고

우측으로는 편하게 올라오는 등로가 보이는데

들머리에서 임계쪽으로 더 내려가서 올라오는 길인 모양이다.

공부를 하지않고 무대포로 치고 오르다가 개고생을 한 셈이다.

 

오늘도 산이란 스승에게 하나를 배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것을...

이곳부터 각희산으로 가는 갈림길까지는 등로는 좋은 편이나

초반 100m정도 힘이 뺀 상태라 그런지, 지난주와는 달리

숨소리가 거칠고 힘이든다...초반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무명봉(09:43)

안부(09:44)

지난 밤새에 내린 봄비의 영향일까...산속의 공기는 청량음료를

마시듯 상쾌하다...조금씩 고도를 높히기 시작하는데, 등로 주위에는

이제 잎을 틔우기 시작하는 곤드레나물들이 많이 보이는구나

무명봉(09:48)

1여년만에 이곳 지맥길을 걸어가지만, 강원도의 지맥길은

워낙 山勢가 험해서 늘 두렵고 겁이 나지만, 나름 orgasm을

느낌을 정도의 짜릿한 快感을 느끼는 곳이 강원도의 지맥길이다.

869m봉(09:52)

지도상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는 무명봉인데, 맥꾼

무영객님은 시그널에다가 869m봉이라 표기해놨다

고도를 높힐수록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지난밤에 내린 비로인해 공기는 상쾌하나 주변의 산줄기는

흐릿한 미세먼지로 인해서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펑퍼짐한 넓은 공터를 지나니...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하는 조팝나무가 시비를 걸어온다.

피곤하면 집에서 쉬지...왜 무리하게 산에 왔느냐고...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過猶不及이란 말도

모르냐고 핀잔을 하는 눈치이다...근데 산이 이렇게도

좋은데 우짜란 말이냐.

각희산 갈림길을 향하는 등로는 점점 고도를 높히기 시작한다

무명봉(10:05)

10시가 넘어면서 내리쬐는 햇빛이 조금씩 따가워진다.

그 와중에서도 다행인 건 바람이 불어와 그리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구나

오늘은 초반부터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아서 산행 거리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나니 한결 맘이 편하다...그래! 가는데까지

가보는거지 뭐...누가 힘들게 멀리 간다고해서 상을 주는것도 아니고

혼자걷는 길이기에 남한테 민폐끼칠 일도 없으니, 얼마나 쿨하냐...

카메라를 들이대니 바람이 불어와서 흔들린 꽃이

되어버린 병꽃이 나에게 한마디 거든다.

산은 늘 거기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란다

반갑구나 니 이름이 "뻐꾹채"였는가?

간간히 사람들은 너를 엉퀑퀴라고 착각하기도 하데...

1주일만 늦게 왔더라면 너의 멋진 포스를 볼 수 있을텐데

많이 아쉽구나

 

뻐꾹이가 울 즈음에 꽃이 핀다고 해서 이름이 뻐꾹채란다.

꽃말은 “봄나그네”인데, 식용이 가능한 꽃으로 튀기거나

장식용으로도 쓰이며, 해열과 해독 효과가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는 꽃이라고 한다.

綠陰芳草가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지맥길에서 벗어나 있는

각희산(角戱山:1,085.2m)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세월의 무게?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서 비슬이재에서 50분만에 힘들게 각희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각희산 갈림길(1,050m:10:25)

초반부터 컨디션 난조로 인한 탓인지 비슬이재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50분이란 시간이 걸렸다...각희산을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날머리의 탈출로 거리가 만만찮고, 귀경길의

교통편이 어찌될지 모르겠고, 이정표상의 20분(각희산)이란

편도인지, 왕복인지 몰라서 각희산으로 가는 길을 과감하게 포기한다

 

각희산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구 지명:동면) 화암리와 북동리, 임계면 덕암리의 경계에 위치한

각희산(角戱山:1,085.2m)은 동대천 북쪽으로 병풍을 펼친듯 솟아 있는 산으로 화암동굴을

품고 있으며, 예로부터 신성시되어 나라에서 벌채를 금지한 봉산(封山: 예전에 나라에서

나무 베는 것을 금지하던 산 )이었다.

 

일본식 용어로 윷놀이를 척사(擲柶)대회, 씨름을 각희(角戱)대회라 부르는데,각희산은 왜색이

짙은 이름인듯 하며, 화암동굴은 일제강점기인 1922~1945년 천포광산(금광)이 있던 곳으로

연간 순금 2만2904g을 생산하던 국내 5위의 금광이었는데, 화암동굴은 금을 채굴하다 우연히

발견된 동굴이다.

 

자원수탈 목적으로 일찍부터 화암에 일본인들이 들어와 거주하였고 한때는 그들의 앞마당이었기에

쌍봉에서 착안해 각희산으로 작명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우리 민족 말살정책 일환으로 일본인들이

각희산 정상 부근에 박은 쇠말뚝 2개(큰 것은 길이 64cm, 둘레7cm)를 화암면 번영회에서 중장비를

이용해 뽑았다고 하는데, 그 쇠말뚝은 지금 화암면사무소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동대천을 사이에 두고 행산과 화암약수터가 있는 군의산(921.6m)과 마주하고 있으며 동대천 변에는

'화암8경'이 가까이 있어 여름철 피서를 겸하여 '화암8경'을 돌아보며 각희산 바로 옆 행산과 군의산,

남전산과 지억산을 산행하면 추억에 남는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몰운리에서 남면 능전리로

넘어가는 곳에 각희재가 있는데 각희산의 쌍봉이 조망되는 위치의 고개였으리라 보인다

 

"조선지지(朝鮮地誌) 자료"에는 남면 웅저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내는데

몰운리에서 남면 능전리로 넘어가는 곳에 각희재가 있으며, 그 밑의

마을 이름은 각희골이라 하였으나  지금은 인가가 없다고 하는 내용이다.

 

* 조선지지(朝鮮地誌)는 1895년(고종 32) 학부편집국에서 간행한 한국지지 교과서로

  1책. 목판본. 국한문혼용체. 우리나라 최초의 지리교과서로 총론 및 전체적인 체재에

  있어서는 종래의 지지서형식을 탈피한 점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보아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론에 해당하는 권두에 “조선이 아세아주 동단에 재(在)하니, 동남은 동해(원문에는 일본해)에 면하고,

  서는 황해에 임하고, 북은 압록·두만 두 강이 요동(遼東)과 만주로 더불어 접양(接壤)하여 노(露)·청(淸)

  2국에 인(隣)이 되니 주회(周回) 1만 920리다.

  북으로 경흥(慶興)에서부터 남으로 기장(機張)에 지(至)하여 3,615리오, 동으로 기장에서부터 해남(海南)에

   지하여 1,080리오……”라고 시작되어 위치·지세·역사·지역구분 등이 개괄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계속하여 경도(京都)·궁전(宮殿)·묘사(廟社)·궁내부(宮內府)·내각(內閣)·중추원(中樞院)·내부(內部)·

  외부(外部)·군부(軍部)·법부(法部)·탁지부(度支部)·학부(學部) 등 중앙관서와 경무청(警務廳)에 관하여도

  그 위치·연혁·기구를 간단히 설명하였다. 

  다음에는 한성부(漢城府)에서 경성부(鏡城府)에 이르는 전국의 23부를 원장부전답(元帳付田畓)·인호(人戶)·

  명승(名勝)·토산(土産)·인물(人物) 등으로 구분하여 기재하였다. 지리서에서 중요시되는 지도·삽화·도표 등은

  거의 없는 계몽적인 초보적 지리교과서이다.

각희산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봉우리로 올라서니

각희산 갈림길에 해당하는 1.058.5m봉이 나온다

1.058.5m봉(10:26)

오늘 처음 만나는 족보있는 1.058.5m봉을 내려서니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다...얼마나 내려갔다가

또 올라가려는 걸까...은근히 겁이난다

등로 주위에는 참취와 풀잎의 모양이 단풍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단풍마가 군락을 이루면서 자라고 있다

단풍마는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환제로 하여 사용하는데,

주로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며, 방광경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임계면 덕암리 삼배골 아래로 지나가는

421번 지방도가 보이는데, 산의 푸르름으로 인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녹색의 나무 이파리뿐이라 그저 밋밋한 산행이다

삼배골(三培谷)은 장간촌 입구에 있는 마을을 말한다

 

정선군 임계면에 속해있는 덕암리(德岩里)는 대부분의 지역이 산지를 이루는

산촌으로 마을 아래로 작은 하천이 흐르며, 자연마을로 공전리, 구룡동, 새이골,

벌문이, 소래어구 등이 있는데 공전리는 소래 어귀 남쪽에 있는 마을이다.

구룡동은 구룡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새이골은 위밀골과 송이재 사이에

있는 마을이며 벌문이는 소래어구 서남쪽에 있는 마을이고, 소래어구는 덕암리의

중심에 있는 마을이다

안부(10:30)

처음에는 잔뜩 긴장하며 산길에 들어섰는데 아직까지는 걸을만하다

갈림길(10:35)

우측의 덕암리 삼배골로 내려가는 뚜렸한 등로가 보이나

지맥길은 좌측으로 살짝 꺽어져서 내리막길로 향한다

등로 좌측의 사면에는 이제 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앵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간간히 보이는 부드러운 눈개승마(삼나물)를 채취하는

손맛을 느끼면서 한없이 내리막길로 향해서 내려간다

암봉(10:40)

암릉을 내려서는데 갑자기 사람소리가 들리는데 소름이 돋는다.

순간적으로 몸을 움추리며 앞을 쳐다보니 산나물을 채취하는

부부를 만나는데, 일찍 올라왔는지 참취, 취나물,곤드레 등을

바리바리 채운 가방이 보인다

오늘 산에서 처음만난 산나물채취꾼은 삼배골로 내려가고

난 놀란 가슴을 쓰러내며 안부로 내려서서 베낭을 벗고

물 한모금 마시면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취하면서 바지에 묻은 꽃가루를 털어내는데 이게 뭐여!

자세히 보니 진드기 새끼 한마리가 꼬물꼬물 기어 가는게 아닌가.

깜짝 놀라며 바지에서 털어낸다...낼 모래가 부처님 오신날이라

殺生을 하지 말라는 부처님 말씀도 있고,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산 목숨을 죽일수는 없었다

안부(10:42~47)

우측으로는 정선군 임계면 덕암리 삼배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좌측으로는 화암면 동북리 무낼골로 향하는 길인데 등로는 뚜렸하다

안부에서 다시 내려온만큼 V형태의 빡세게 올라가는 길에

반가운 알파산악회 시그널을 만난다... 이 흔적은 꽃길만 무리지어 댕기는

쉬 영감은 아닐테고, 아마도 지난해에 노목산에서 만났던 수꿀님이나

알프스님이 아닐까 추정을 해보지만, 확신은 서질 않는다.

암튼 반갑습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능선에 올라서니

낙타등처럼 생긴 갈참나무가 산꾼을 반긴다...아직도 갈 길이

먼데,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할 듯 싶다

부뜰이님의 응원을 받으면서 능선으로 올라서는데, 무영객님은

시그널에다가 996m봉이라고 표기를 해놨으나 지도상에는 무명봉이다

홀아비꽃대...갈수록 여인천국으로 세상은 변해가고

남자들은 자꾸만 왜소해지지만 세상이 그런데 어찌하리.

 

며칠전에 집근처인 청계산 아래인 있는 유명한 식당엘

갔는데 꽤나 비싼 음식점에 손님의 90% 이상은 여인들이더군

불쌍한 衆生이여...너 이름은 남자이니라.

 

너를 보니 생각이 난다...지난 4월 27일에 歌皇 나훈아의 라스트

콘서트에 갔는데 나훈아 부른 “남자의 일생”이란 노래가 어쩌면

불쌍한 우리 남정네의 삶을 대변하는지 가슴이 찡하더구먼...

우짜든지 건강 잘 챙기고 꿋꿋하게 살아가시게...

안부(10:58)

아무런 생각없이 걷고 또 걷다보니 1,038.8m봉에 도착한다

 1,038.8m봉(11:10)

갈길이 아직 많이 남아서 1,038.8m봉에서 좌측으로 꺽어져

내려서 부지런히 걷는데 등로 주변에는 참취와 둥글레가 지천이다

 1,038.8m봉 아래의 사면길에는 둥글레와 참취가 밭을 이루는데

지맥길이 아닌 나물산행을 왔더라면 그야말로 대박인데, 내가

좋아하는 곰취는 아직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구나...입맛만

다시고 길을 나선다

무릇 사람은 이 세상에 날 때
입안에 도끼를 간직하고 나와서는
스스로 제 몸을 찍게 되나니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뱉은 악한 말 때문이다.

마음은 용감하게, 생각은 신중히,
행동은 깨끗하고 조심스럽게 하고,
스스로 자제하여 진실에 따라서 살며,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은 영원히 깨어 있는 사람이다.

사람은 원래 깨끗한 것이지만,
모두 인연에 따라 罪와 福을 부르는 것이다.
저 종이는 향을 가까이 하여 향기가 나고,
저 새끼줄은 생선을 꿰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은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마는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을 모를 뿐이다. .

사랑에 겨워 않고 마음에 집착하는 바 없이
나를 버려 바르게 다스리면 그만큼 괴로움은 없어진다.

 

불교(법구경) 명언 중에서

무명봉(11:19)

지나온 등로와는 달리 조금씩 지맥길의 本色을 드러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없이 걸을만한 맥길이다

생각보다 뚜렸한 지맥길의 칼날같은 뾰족한 능선을 걷는다.

좌측은 화암면 북동리지역이고, 우측은 임계면 덕암리다

오늘 산행에서는 시기를 잘못 선택한 탓인지 꽃도 보이지 않고,

숲이 우거져 아무것도 볼 수 없어, 마치 ‘장님 문고리 잡듯’

맥길을 걸으니 별 의미가 없는듯 하나, 162지맥을 끝내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니 우짜겠노...

갑자기 암릉구간이 나타나면서 길을 막지만 그렇다고

안 갈수는 없잖은가...살짝 우회하면서 맥길을 이어간다

내가 아는분의 닉은 ‘항상 맑음’인데...이 분은 뉘신지?

고개(11:28)

고개위의 멋진 암릉

명산에 있었더라면 멋진 이름 하나를 부여받을 법한 암릉이지만,

대한민국의 오지중에 오지인 아무도 찾지않은 정선땅에 있다보니

그냥 암릉에 불과하다...하옇던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니까...

암릉을 우회하면서 걸으니 조금전에 만났던 고개같은 안부가 나온다

안부(11:31)

등로는 보이고 않고 잡목을 헤치면서 올라서니 1,050.2m봉에 도착한다

1,050.2m봉(11:36)

정선군 임계면 덕암리 무낼골과 화암면 북동리 무낼골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로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면 어떤 산꾼이 무낼골산이라 적어논 코팅지는 보이지 않는다.

 

좌.우에 무낼골이라는 지명이 보이는게 특이한데, 지명 유래를 찾아보니 덕암리의

무낼골(水出谷)은 계절에 구애 없이 많은 샘물이 솟는다하여 유래되었으며 이 물을 이용하여

현재 송어양식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하며, 북동리의 무낼골은  북동 계곡천의 발원지라 하여

‘무내리’ 또는 ‘무낼’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름으로 한자로 쓰면서 수출동(水出洞)이라 불렀다고 한다.

1,050.2m봉에 올라서니 청정지역 정선도 미세먼지가 아주 심하다

 

물거품처럼, 아지랑이처럼 세상을 보라.

이 같이 세상을 보는 사람은

죽음의 왕도 그를 보지 못한다.

 

<법구경> 중에서

生을 다한듯한 알파산악회의 흔적

쉬 영감을 위해서라도 착하게 살자.

풀섶에 나딩구는 알파산악회 시그널을 나무가지에 다시 매단다

정선군 임계면에 걸쳐있는 1,200여m의 高峰들은 어제 내리 비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산꾼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실망을 안겨준다.

저 뒷쪽 맨 끄트머리 부분이 백두대간상의 청옥산과 고적대, 두타산인데

遠景이라 구분이 안되니 아쉬움을 많이 남게한다

1,050.2m봉에서의 아쉬움은 가슴속에 묻어놓고 다시 길을 나선다

간간히 보이는 선답자의 흔적을 따라서 외로이 걷는 독립군(?)

산악회를 따라서 무리지어 다니는 것보다 이제는 이렇게 홀로 걷는게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든다...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친구삼아...

안부(11:48)

안부에서 올라서니 우측으로 편안한 사면길이 보이나 직진으로 올라간다

무명봉(11:52)

편안한 우측의 사면길로 가면 알바를 할 뻔 했다.

맥길은 직진으로 이어지고, 우측의 사면길은 약초꾼이나

나물 채취꾼들이 다니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가면 갈수록 등로는 지맥길의 본색을 드러내면서 조금씩 거칠어진다

갑자기 암봉인 999.2m봉이 나타나고 정상에 올라서니...

 999.2m봉(11:57)

999.2m봉에서 직진을 할 수가 없어서 되돌아 내려와 사면길로 향한다

사면길에서 내리막길로 내려서니 주둥이를 내밀고 있는 벌깨덩굴을 만난다

메기처럼 주둥이를 내민 너

너 이름이 벌깨덩굴이라 했제

 

꽃입술이 짙어지며

속삭이는 蜜語들은

 

저 만치에 그리움만 두고

무심코 나만 바라보네

안부(12:02)

안부를 지나서 가던길을 뒤돌아 보니 조금전에 지나온 1,050.2m봉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본다...만나자 이별이라 했던가, 이 험하디 험한

오지를 내 生前에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나 역시 아쉬운 마음으로

작별을 고한다

1,017.5m봉(12:05)

그저 밋밋한 1,017.5m봉에서 맥길은 북동쪽으로 이어지는데...

평평한 능선으로 내려오니 예전에 헬기장이었는지 보도블럭이

나뒹굴고, 잡목이 무성한 폐헬기장으로 내려선다

폐헬기장(12:07)

안부(12:11)

삼나물이라 불리는 눈개승마가 먹기 좋을만큼 커서 오늘은 꽤나 많은 수확을 한다.

이 나물을 참으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몇년전 울릉도 나리분지에서였다.

눈개승마를 삼나물이라고 부르는데 인삼맛, 두릅맛, 고기맛, 세 가지의 맛이

나는 나물이라는 뜻이라고 하지만 난 그 맛은 몰랐고, 막걸리 안주로는 일품이었다

늦둥이 하얀제비꽃도 간간히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1,032.8m봉(12:18)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는 기록이 안되어 있는 봉우리에 준.희쌤의

산패가 있고, 북쪽으로 조망이 열리면서 문래산 갈림봉인 1,093.1m봉이

보인다

 

산은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산은 그저 산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

우리 자신도 산이 된다.

 

우리는 거짓된 나가 아닌

진짜 나가 되어야 한다

 

이런 삶을 살 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는지

그 해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정 스님의 좋은글 中에서

문래산 갈림봉인 1,093.1m봉 뒷쪽으로 오늘 내가 걸어야 할

능선이 보이고, 그  뒷쪽으로는 지맥길과 전혀 상관도 없는 

반륜산(半輪山:1,009.9m)이 보이고, 주왕지맥 능선에 있는

옥갑산봉(玉甲山峰(1,302.0m)은 미세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정선군 여량면 고양리와 임계면 봉정리 경계에 있는 반륜산은  산의 8부 능선 계곡에

소원과 신수를 비는 제단이 있으며 산의 밑에는 곰이 앉아 있는 형국의 '곰바리'마을이 있다.

정상이 곰의 머리 같고 마을 양쪽 능선이 앞발을 딛고 있는 모습 같다 해서 곰마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밤에 내린 비 탓인지 촉촉히 젖은 등로의 낙엽이 생각보다 미끄럽다.

山頂에서 바라보는 산그리메는 미세먼지를 잔뜩 뒤질어 쓴 모습이지만

산 속의 등로에서 느끼는 공기의 質은 좋아 숨쉬기가 아주 편하다

 

 

사면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올라서니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물방울산이 나온다

북서쪽을 바라보는데 어천(금대)지맥에 있는 고양산은 보이지도 않는구나.

원래 비가 온 다음날에는 가시거리가 아주 좋은 편인데 요즘에는 꼭

그렇치만도 않은 모양이다

물방울산(1,044.0m:12:30)

정선군 임계면 덕암리와 화암면 북동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국토지리정보원에

등록된 공식 지명은 아니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물방울산이라 부르는지 산패와

나무로 만든 표지목도 있고, 4등삼각점(임계 439/ 2005 재설)도 있으나 정상은

좁고 옹색하여 명성(?)에 걸맞지 않은 산인데, 이름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지명인 듯 하다

 

지명의 유래는 산 아래의 소래골 어귀 마을 주민들과 무내골 주민들이 “물방우산”

또는 “물방아산”으로 불렀는데 물방울이라는 이쁜 이름을 뒤늦게 얻었다.

 

물방우산(물방아산)에 물이 없는 것은 옛날 스님이 물을 막아 놓고 떠난후 막은

물구멍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는데, 물방우산(물방아산)

너머에는 평평한 절터가 있는데, 절터 주변 암벽 바위에 새겨진 글씨는 한문 실력이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와도 해독을 못한다고 하며, 물방울산은 임계면사지(臨溪面史志)

표기되어 있는 이름이라고 한다

인증샷

물방울산 정상 4등삼각점(△임계 439/ 2005 재설)

물방울산 정상에서 잡목의 저항을 받으면서 북쪽으로 향하는데...

흐릿한 길을 지나니...

선답자의 흔적이 보이고...

이내 길은 좋아지는데 정오가 지나면서 약간의

추위를 느낄정도에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안부(12:42)

등로 주위에 군락을 이루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민백미꽃이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흥에 겨운듯 花舞(꽃춤)를 즐기고 있다

물방울산에서 많이도 내려온 모양이다

등로는 북서쪽으로 이어지면 잠시후에 오를 964.4m봉이 

초반에 체력이 바닥난 산꾼 범여의 氣를 꺽어 버린다

등로는 싸리나무에 점령된 상태지만 지맥길이 이 정도면 양반이제...

안부(12:51)

안부에서 올라서니 평평한 넓은 공터가 있는 폐헬기장에 도착한다

늙어버린 처녀치마를 만나는데, 지금의 이 꽃은 처녀치마가 아닌

쪼그랑 밤탱이가 된 할머니의 고쟁이 같은 느낌이랄까...

얼마전에 책에서 본 우리학교(동국대) 석좌교수인 문정희 시인의

약간 외설스런 “치마”라는 시가 생각이 난다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하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드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무언가 확실히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폐헬기장(12:54)

폐헬기장을 지나자마자 조금전에 까칠하게 보였던 964.4m봉에 도착한다

964.4m봉(12:57)

잠시후에 오를 문래산 갈림봉인 1.093.1m봉이 얼굴을 내민다

964.4m봉에서 편안한 걸음으로 내려서니 소래재라는 고개가 나온다

소래재(所羅谷, 905m:13:05~08)

 정선군 화암면 북동리와 임계면 고양리의 경계지역에 있는 고개로 좌.우 양쪽으로는

아직도 민초들의 왕래가 있는지 등로는 뚜렸하며, 반바지님의 코팅지가 소래재임을

알려주는데, 소리재라 부르기도 하는 고개이다

 

오른쪽 큰소래골로 들어서면 소래골(所羅谷) 어귀 마을로 이어지는 소래골은 덕암리,

소(小)소라, 큰(大)소라와 연결되는 소래재 밑에 있는 부락으로 6.25사변 때 소개명령

지역으로 전부 소실되어 지금은 무인가 부락이 되었다고 한다.

소래재를 지나면서 등로는 곧추선 모습인데 거친 잡목으로 인해 苦行이다.

부지런히 걸어보려고 애를 쓰지만 자꾸만 발걸음이 느려지고, 내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오버된 느낌이라서 조금은 불안하다

등로는 거칠어가고, 고도를 높이는데, 먹은 것이 없어서 그런가.

발길은 무거워지지만, 그렀다고 누가 대신 걸어줄 길도 아니라

이것도 삶을 위한 수행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걷고, 또 걷는다

5월 어느 날 /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 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 자

햇살처럼

눈부신 달입니다

보기와는 달리 곧추선 등로에 갈수로 힘이 부친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걷고, 또 걷다보니  조망바위가 나온다

조망바위처럼 생긴 암릉으로 올라 서 보지만 

미세먼지와 나무숲으로 우거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내 완만한 능선이 나오고... 잠시후에 갈림길이다.

갈림길(13:37)

직진의 빡센 오르막의 나뭇가지에 선답자의 시그널 2개가 걸려있고,

우측의 사면길로는 평탄길이 나오는데 조금은 헷갈리는 곳이다

이런곳은 까딱 잘못하면 헛짓거리 하기 좋은 곳이라 걸음을 멈추고

스마폰에 깔려있는 트랙을 보니 맥길은 우측으로 이어진다

소래재에서 올라오면서 너무 소진된 체력을 추스리면서

우측의 편안한 사면길로 올라서니 넓은 안부가 나온다

안부(13:42)

넓은 안부가 나오는데 습지같기도 하고 카르스트 지대

같기도 하지만, 꼭 그걸 단정하기엔 확신이 서질 않는다

넓은 안부에서 능선으로 올라서니 등로는 아예없고

선답자들이 어케 갔는지 이곳은 그 흔한 시그널 하나도

보이지가 않구나.

근데 이게 누구십니까?

올해 처음으로 곰취를 만나는데 왜 그리 반갑던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곰취를 조금 수확을 한다

???

등로가 없는 곳을 내가 길을 만들면서 올라서니...

반가운 신경수 선생의 낡은 시그널을 만나는데

신쌤은 이곳을 문래단맥이라고 써났다.

이 분은 지맥을 넘어, 분맥, 단맥을 두루 섭렵하시는 분이신데,

아마도 우리나라 맥산행에 관한 제1인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백두대덕문래단맥이란 
백두대덕지맥 각희단맥을 분기한후 대체적으로 분기하여 북쪽으로 흐르다

급하게 유턴하여 대체적으로 서진하는 등고선상(1090봉)에서 북동쪽으로

기하여 문래산(1081.5, 1.5)-자후산(904, 3/4.5)-863봉-884.9봉(3.1/7.6)-

단봉산(670, 2.1/9.7)-소특재(570)-638.3봉-가랭이산(574, 2.5/12.2)을 지나

9번군도를 넘어 정선군 임계면 봉산리 골지천변(470, 0.4/12.6)에서 끝나는

약12.6km의 산줄기를 말한다(출처: 우리산줄기이야기)   

1,093.1m봉(13:49)

1,093.1m봉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문래단맥이라 부르는 문래산 방향은

등로가 뚜렸하고, 지맥길은 >형태로 좌측의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백두사랑산악회의 이 대장 흔적이 보이고 완만한 내리막길로

내려가는데 철지난 하얀붓꽃 한송이가 반갑게 산꾼을 반긴다

하얀붓꽃(꽃말:믿는 사람의 행복)

흰 바탕에 노랑무늬가 들어있는 하얀붓꽃은 한국 특산의

멸종위기 식물 2급으로 한 꽃대에 두 송이의 꽃을 피우는 공통점이 있다

넓은 안부(13:54)

늪지대를 연상시키는 넓은 안부에서 맥길은 우측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날씨가 추웠던 탓일까

식용이 가능한 보들보들한 애기 고비나물들이 많이 보인다.

시간이 있으면 수확을 하겠지만 소래재에서 올라오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어 그냥 패스하고 맥길을 이어간다

암봉(13:57)

더 이상을 갈수가 없어서 되돌아 내려와서 좌측으로 내려서니...

나뭇가지에 선답자의 시그널 2개가 매달려

있으나 등로는 전혀 보이지가 않는구나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이 열리면서 조금전에 지나온 물방울산이

뚜렸이 보이고, 그 뒷쪽에 있는 각희산은 육안으로도 확인이 안된다.

대한민국의 최오지중에 오지인 정선땅의 산길을 걷는다는 자체가

苦行중에 苦行중이긴 하지만, 이런 길에 도전한 한다는 나 자신이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진다...좌측 아래로 내려서니 무명묘지가 나온다

무명묘지(14:01)

후손들이 돌보지 않은듯한 묘지...이 험한곳에 묘지에

후손들은 어떻게 성묘를 하러올까?

급경사의 암릉 좌측으로 내려가는데 길은 없고,

어제 내린비로 엄청나게 미끄럽다...이곳을 내려가다가

한번 꽈당하고 아래로 내려서니 희미한 사면길이 보인다

집채보다 큰 암릉 아래로 내려서니...

선답자의 반그운 시그널 하나가 보이는 곳에서

마루금으로 올라서니 또 엄청나게 큰 암릉이 길을 막는다

암봉으로 올라가보니 길이 없어서 후진을 한 다음에...

이번에는 우측으로 내려간다

등로 주위에 엄청나게 큰 이파리의 식물을 만나는데 산행을 

하면서 처음본다...궁금하면서 못 참는게 내 성미라 인터넷을

검색하여 찾아보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개병풍”이라는

 희귀식물이라고 한다.

 

강원도 평창·정선·태백 등지에서 주로 자생하는 개병풍은 손바닥 모양으로

잎의 지름이 약 1m인 북방계 희귀식물로 한반도 중북부, 중국 동북부, 러시아

일부 지역에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줄기는 높이 1~1.5m까지 자리고

잎자루와 더불어 거센 털이 많고, 뿌리잎은 둥근 방패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7갈래쯤으로 얕게 갈라지며, 뿌리잎은 지표 가까운 줄기의 마디에서 지면과 수평으로

잎이 달려 마치 뿌리에서 난 것처럼 보이는 잎을 말한다.

 

잎이 크고 꽃이 아름답고 관상 가치가 뛰어나 남획의 위험이 높고 개체 수가 매우적어

환경부는 1998년부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관리하고 있으며, 개병풍의 잎은 연꽃과

닮아 산에 사는 연(蓮)이라고 해서 ‘산연’, 또는 병풍쌈의 넓적한 뿌리잎 모양과 비슷해

‘가짜 병풍쌈’이라고도 불리며,병풍쌈은 박쥐나물속 여러해살이 식물로 과거 식용으로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등로가 엄청 미끄러워서 그런지 산행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선답자들도 개고생을 하면서 우회하여 간 모양이다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우회길...

이곳에서 또한번 된통 꼬꾸라지면서 낙엽속에 쳐박힌다.

지맥길이 뭐라고...이 지랄하면서 꼭 걸어야 하나?

천신만고 끝에 마루금에 복귀하는데

생각했던 시간보다 많이 지체됐다(14:48)

잠시후에 걸어야 할 마루금은 나에게 뭔 전할말이 있는지

얼굴을 내밀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그래!

빨리 가려고 노력은 해보지만, 자꾸만 발걸음이 느려지는데

우짜면 좋겠노...

무명봉(14:50)

홀로걷는 산꾼이 길을 잃어까봐 勞心焦思하면서 시그널

하나가 길을 안내하는데, 맥길에서는 이런 분들이 늘 고맙다.

잠시후에 깨진 삼각점이 있는 934.4m봉에 도착한다

934.4m봉(14:54)

족보있는 934.4m봉 정상이건만, 준.희 쌤의 산패도 안보이고 

바닥에 있는 4등삼각점(임계440)은 형채를 알아볼 수 없게

깨져 있고, 선답자의 시그널만 몇장 걸려있다

形體를 알아볼 수 없는 934.4m봉 정상 삼각점

좀처럼 만나기 쉽지않은 노란 솜다리를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잘 보이지 않는 등로에서 알바하지 않으려고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맥길을 이어간다

안부(15:01)

다시 뚜렸한 등로로 올라서니...

 891m봉(15:03)

어느 산꾼이 891m봉이라고 시그널에 적어놨는데,

국토지리정보원에는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무명봉이다

맥꾼들 때문인지 생각보다 비교적 뚜렸한 산길은 이어진다

간간히 처량하게 울어대는 이름모를 새의 사연을 알 수 없는

간절한 저 울음소리가 산꾼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암봉(15:06)

안부(15:11)

안부에서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니 족보없는 873.7m봉이 나온다

873.7m봉(15:15)

873.7m봉에서 맥길은 우측으로 꺽어져 북쪽으로 향한다

마음은 꽃과 같습니다

열려있지 않으면 그 향기를 

세상에 발산할 수 없습니다   - 오쇼 라즈니시-

 

* 라즈니쉬 찬드라 모한 자인(흰디어: रजनीश चन्द्र मोहन जैन:1931~1990)은 인도의

신비가,구루 및 철학자로 1960년 이후로 아차리아 라즈니쉬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으며,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자신을 브하그완 슈리 라즈니쉬라 불렀고,

1989년에 '오쇼'라는 이름을 새로 택하여 그 뒤로는 주로 오쇼 라즈니쉬로 불린다.

 

오쇼는 1960년대에 철학 교수로서 인도를 돌아다니며 대중을 상대로 강연했다.

그는사회주의와 마하트마 간디 및 기성종교에 반대하고 성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지지하여 논란을 일으켰으며 1970년 오쇼는 제자를 받으며 정신 지도자로서의 삶을

시작했으며, 그 뒤로 세계의 종교적 경전이나 신비가 및 철학자들의 글을 재해석했다.

예전에 방화선 역할을 했던 임도였던 넓은 등로는 싸리나무에 점령되었다

갈참나무를 휘감고 있는 등칡나무

산에서 만나기 그리 쉽지않은 등칡꽃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는데,

1996년 산림청과 임업연구원이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는데 오늘 산행은 이 귀한 등칡을 봤으니 본전을 충분히 뽑은 셈이다

 

등칡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모양은 등나무와 같으나 잎을 보면 칡처럼 생겨서 등칡이란

이름이 붙여졌으며, 초본식물인 쥐방울덩굴과 열매가 닮았으나 더 크다 하여 큰쥐방울덩굴

이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전역의 산기슭이나 숲 가장자리, 계곡 등지에서 드물게 자생한다.

추위에 강하며 음지나 양지에서 모두 잘 자라지만, 건조한 곳에서는 성장이 더디다.

 

길이는 약 10m이고, 잎은 길이 10~26㎝이고 둥글며 끝이 뾰족하고 밑은 심장 모양이다.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고, 잎자루는 길이 7㎝ 정도이며, 암꽃과 수꽃이 다른 그루에 피는

자웅이주(雌雄異株)로 꽃은 5월에 누런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U자형으로 색소폰처럼 꼬부라지며 통상화로 윗부분은 3개로 갈라지며, 열매는 9~10월에

여러 개의 씨방으로 된 삭과(蒴果)를 맺으며 길이 10㎝, 지름 3㎝의 긴 타원 모양으로

6개의 능선이 있다.

한방에서 주로 줄기를 관목통(關木通)이라는 생약명으로 이용했으며 심장을

효과와 이뇨 작용이 있어서 소변과 요로 관련 증상에 처방한다는 기록이 있다

안부(15:19)

암봉(15:21)

암봉에서 흐릿한 등로를 따라서 우측으로 꺽어져 맥길을 이어간다

안부(15:28)

숲속에 묻혀있는 암릉길을 걷는데 생각보다 시간은 지체되고

오후에 들어서 불어오는 바람이 寒氣를 느낄만큼 차갑다

무명봉(15:36)

무명봉에서 급하게 좌측으로 꺽어져 내려가는데 앞에 보이는

873.7m봉이 太山처럼 우뚝 솟아있는게 체력이 바닥난

산꾼의 氣를 죽인다...저길 오를려고 생각을 하니 다리가 풀린다 

잡목의 강력한 저항을 받으면서 내려서니 老巨樹 한 그루가

서 있는 안부가 나오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이곳을 다래재라

부르는데, 지도상의 다래재는 873.7m봉 넘어야 있다

다래재(月愛谷:15:42)

정선군 화암면 북동리 월애곡 마을에서 임계면 고양리 상승두 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로 달애라고도 하는데 화암면 북동리는 면소재지에서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북실이라고 했으며 나중에는 북동이라고 한 마을로, 북동리에 있는

자연마을 중 한 곳인 달애골(月愛谷)에서

그 이름의 유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달애골(月愛谷)은 뒷골 북쪽에 있는 골짜기로

임계면 반천으로 넘어가는 다래재(달애재) 밑에 있는 마을이라 붙여진 지명이다.

정선군 임계면 고양리 소리골과 상승두 사이에 다래재 마을은 다래재 아래에 있다하여

다래재 마을이라 부른다.

소래재에서 올라와 문래산 갈림길에서 암릉구간을 통과하며 이곳까지

오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어 귀경 시간이 어찌될 지

몰라서 아쉽지만 이곳에서 산행을 종료하기 한다.

 

좌측의 월애곡 마을로 내려가는 등로는 뚜렸하나 마을까지 내려가는

거리가 너무 멀고, 우측의 상승두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등로는 없다.

그러나 트랙을 보니, 거리는 훨씬 짧게 보여서 우측의 상승두 마을로

향한다

등로는 아예없고 고비나물들이 군락을 이루는 곳을 무작정 치고 내려간다

강원도의 산길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이곳의 박새는

음지라서 그런지 이제서야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상승두로 가는길

갑자기 거친 잡목속에 갇혀서 한참을 버벅거리는 와중에

눈 앞에 딱 먹기 좋을만한 다래순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見物生心이랄까...부드러운 다래순을 꽤 많이 수확한다

太古的의 원시림을 간직한 계곡을 빠져 나오는데 참으로 

힘이 드는구나...다음 구간의 들머리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한참을 버벅거리면서 계곡을 빠져 나오니 벌목을 하고

심어논 잣나무단지가 나오는데 관리가 잘 안되는 탓인지

잣나무는 잘 보이지 않고, 산딸기를 비롯한 가시가 달린

식물들의 저항이 엄청나게 심하다

벌채를 하면서 만든듯한 임도를 따라서 내려가는데

별의별 잡풀들이 시비를 걸면서 산꾼의 길을 막는다

밭이 나오고 산행길의 고생을 끝난 듯 하다.

밭 끄트머리에서 서니 포장도로에 민가 한채가 보이고, 

873.7m봉을 넘어 지도상의 다래재에서 내려오는 길인듯한

포장도로가 보인다

상승두 마을(16:20)

어천(금대)지맥길은 참으로 힘이 들었는데,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오지 산행의 한 구간을 해냈다는데 의의를 두면서 산행을 종료하는

스틱을 접는다.

이곳이 정선군 임계면 고양리다...이잉!...하필이면 임계면이란 말인가?

지난주에도 부수베리에서 백복령가는 길에 임계택시의 불친절에

진절머리가 났었는데...하지만 방법이 없다.

 

임계택시 전화번호를 검색하여 전화를 하는데, 첫번째 통화 개인택시는

일요일은 휴무라 하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리고, 2번째 통화한

택시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안 온다고 하고, 3번째 전화를 하는 곳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으니 난감하구나.

그래!...산 속도 아니고, 죽으란 법이야 있겠나, 가는데까지

가보자고 하면서 도로를 따라서 뚜벅뚜벅 걸어서 간다

정선군 임계면 고양리에 속해있는 상승두(上升豆)마을은 심산계곡을

개척하여 오손도손 한말, 한 되의 식량을 나누어 먹으며 가난한 시절의

신개척지의 마을이라고 한다

저녁 무렵이 되니 미세먼지는 사라지고 오랫만에 보는

파란 하늘...역시 정선 땅이다...뚜뻑 뚜벅 걷다보니

소라골이라는 마을에 도착한다

소라골(16:32)

정선군 임계면 고양리에 있는 소라골 마을

마을이라봐야 비닐하우스 한 동에 민가 한채만 보인다

소라골을 지나니 우측으로는 문래산으로 향하는 등로가 보인다

혼자놀기

다리를 건너니 민가 한채가 보이기에 택시를 좀 불러달라고 

부탁을 하려고 ‘누구 계시냐’고 불러 보지만 인기척은 없고

민가옆의 한봉 벌통만이 민가를 지키고 있다

하승두(下升斗)마을 가는길

임계면 고양리에 속해있는 하승두는 문래산과 고양산 사이에 위치한 부락으로

대체적으로 토질이 비옥하여 농사가 잘 되어 가난한 시절 소량의 식량을 나누어

먹으면서 피난살이를 하였다하여 승두곡(升斗谷)이라 하였다.

하승두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상승두 마을쪽에서 1톤 트럭

한대가 내려오기에 손을 드니 태워준다...서울로 가야하는데

버스가 서는 곳까지만 테워 달라고 하니, 자기가 지금 여량으로

가는데 여량에서 택시를 타고 정선으로 가라고 하면서, 자기가 아는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한다.

 

시간이 조금 흘러 여량 정류장에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정선으로 향한다...트럭으로 태워주신 분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정말 고마웠습니다...세세생생 복받을 깁니다

 

가다보니 도로가 안면이 많다...그렇구나 지난주에 백복령에서

이 길을 따라서 정선, 평창을 지나 집으로 갔던 길이었구나

정선터미널(18:20)

정선발 → 동서울행 버스표

버스표를 예매하고 나니 40분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화장실에 들려서 깔끔하게 씻고 衣冠整齊를 하고나니

개운하다..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을 시간이 애매하여

베낭에 있는 빵과 두유 하나로 주전버리하고는 서울가는

버스에 오른다

정선 터미널 버스 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