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09년 10월 25일
산행구간: 백복령-76봉-생계령-829봉-900봉-고뱅이재-석병산-두리봉-866봉-삽답령
거리/시간: 19km / 5시간 20분소요
백복령에서 삽답령 3D 지도와 지도
백복령에서 산행을 시작 - 강원도 강릉과 정선으로 갈리는 고갯길이다. 고갯길 하나에 이 고개
저 고개 나눠지듯이 사람의 마음도 상대방의 말 한마디 미세한 손짓하나에 확연히 갈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강원도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대간 마루금. 그래도 시원스럽게 뚫린 고속도로 덕분에 당일에 일정 구간은
진행하고 귀경할 수 있다. 이동하면서 내내 고속도로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한다.
그루터기 쉼터 산장에서 - 인간은 흔적 남기기를 좋아한다. 산악회 리본은 말할것도 없고 상장(賞狀)이
그렇고 죽어서 남기는 무덤 비석이 그러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
다는 그 말도 그래서 생겨났나보다. 백복령 정상의 그루터기 주막에 매달린 각양각색의 리본이 화려하다.
산죽길이나 갈참나무 길을 걷다가 홀연히 숨을 거둔다던지 새벽에 백두대간 길을 걸으면서 不知不識간에
生을 하직한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마무리가 있을까. 어느 유명한 산을 갔다고 하여 백두대간 전 구간을
완주했다고 해서 나는 리본을 달지 않겠다. 이 아름다운 산에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진 않구나
만추(滿秋)의 자병산 구간
가장 자연스러운 대간 마루금 길에 가장 세속적 용어인 ‘경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대간 마루금에도 ‘경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구간이 있다. 바로 오늘 가게되는 紫屛山-石屛山 구간이다. 이름에서 보듯이 이들은 산 정상부에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햇빛을 받으면 석병산은 흰색을 그리고 자병산은 자주빛을 띈다고 한다. 이들
두 산은 먼발치에서 서로를 쳐다보며 아름다움을 경쟁적으로 뽐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경쟁은 속세에서처럼 기를 서고
상대방을 밟고 일어서려는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말하자면 경쟁하면서 공생하는 ‘선의의 경쟁자’인 셈이다. 국민 여동생
김연아가 인터뷰에서 “일본의 아사다가 있어서 내가 있다‘고 한말과 같은 이치이다.
곱디고운 저 단풍도 얼마후면 生을 다하겠지
철저히 망가지는 자병산(872,5m) - 백두대간 지도에는 분명히 자병산이 표시되어 있다. 자병산이 한
무더기 덩치라면 그 산의 절반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두번 다시 자병산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석회석을
채취하기 위해 저지른 무자비한 자연훼손이다 이 몰상식한 자연훼손을 하도록 허가해준 관청은 어떤
생각으로 그랬을까. 대간타는 산꾼들에게는 삼림훼손 한다면서 백두대간 산길조차 막으면서 말이다
“‥‥‥우리들은 세상을 얼마나 더 뜯어고쳐야 평안을 얻을까. ‥‥
산천을 막무가내로 뜯어고치는 건설의 포크레인 소리,
여기저기 엄청나게 파 뒤지어 쌓아놓은 흙더미, 아! 아! 하루라도 좋다.
건설 없는 평화로움 속을 나는 거닐고 싶다. 정말 우린 왜 사는가?
뜯어고쳐야 할 세상을 두고 사람들은 강과 산을 뜯어 고친다”
김용택 시인이 읊은 「세한도」의 일부이다.
마치 스키장처럼 파헤쳐져 사라져 가는 자병산의 흉한 모습
석회석 채취 현장에서 서면 “자주 빛 병풍은 옛말” 운운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병산 자체가 통째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오늘 진행한 구간 일대는 카르스트지형이다. 시멘트의 원료가 되는 석회석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산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자병산은 마루금에서 사라진 대신 생태보전 관련 매스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산으로 변해버렸다.
생계령에 도착할 무렵 눈에 뒤 덮힌 듯하기도 하고 스키장이기도 한 듯한 산이 멀리에서 시야에 들어온다.
자병산이다. 눈인 듯 보이는 것은 석회석 채취 때문이고, 스키장인 듯 한 것은 정상부를 슬로프처럼 깍아내었기 때문이다.
산의 형태가 변했으니 병풍은 있을 리 없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자주빛 병풍이라는 말은 옛말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자연 복원현장 - 자병산의 파괴현장 바로옆에 어이없게도 생태보전 특별구역을 정해놓고 있다.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인간들은 세상을 얼마나 뜯어 고쳐야 평안을 얻을까? 산천을 막무
가내로 뜯어 고치는 포크레인 소리. 우린 왜 사는가. 뜯어 고쳐야 할 인간의 심성을 그냥 두고
사람들은 강과 산을 개발이란 미명아래 뜯어 고친다
자연은 스스로를 조절할 뿐 파괴하지는 않지만 사람이 문명이라는 탈을 쓰고 자연을 허물고 더럽힌다.
자연은 인간에게 무상으로 많은 것을 베풀지만 인간은 자연의 고마움을 모른다. 자연은 그냥 있는 땅이 아니라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친 삶의 터전이지만 인간은 자연을 현재의 자산가치로만 본다.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정복과 피정복의 관계가 아니라 공생의 관계라는 것을.
산행을 마치고 또 다시 고속도로의 신세를 톡톡히 진다.‥‥문득 없어진 자병산이 어디로 갔는지 깨닫는다.
바로 우리 발 아래에 있다. 고속도로라는 문명의 이름을 빌려. 산행에서 파괴된 자병산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면서도
고속도로의 利器를 찬양하는 모순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철저히 자기 부정적이고 이중적이다. ‘자연 파괴의 공범’
‘포괄적 자연파괴자’ 이것이 나의 실제 모습이다.
카르스트 지역의 함몰지형의 지역을 지나면서
백복령 출발 1시간 반만에 생계령에 도착 물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이제 백두대간 길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멧돼지의 놀이터(?) 이 넘도 환경파괴자인가
가을의 야생화의 맑고 화사한 웃음을 맛본다. 저리 가만히 놔두면 잘 자라고 밝은 우리네 인간사일진대..뭐가 그리 불안하고
안타까워 그리도 안달하며 볶아대는 세상으로 변했을까.. 결국 스스로 만든 이념들의 틀 속에서 완전치 못한 규범들에
얽매이며, 작은 우물 같은 동굴 속으로 자꾸만 기어들었던 인간의 역사가 아닐까.,.끝내는 이 땅의 동족들이 피흘리는
슬픈 날들을 지내고 나서도 아직도 온전히 깨닫지 못한 채 말 장난 같은 가설들로 민초들을 괴롭히는 정객들..진실을 숨긴
채 투쟁의 승리만을 위한 정치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다. 그것은 인간에게나 적용되는 속담이다. 저렇게 수백년 의연한
소나무는 산바람이 일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산과 바람이 부여한 악조건을 이유없이 저항없이
다 받아들여도 저렇게 수려한 모습으로 정정해 있다. 지금처럼 모든걸 훌훌 던져 버리고 山河를 따라
평생 오르 내리다가 온 천지가 白雪로 만곤건(滿坤乾) 할 때 세상에서 저 나무처럼 천갈래 만갈래
뻗어가며 독야청청(獨也靑靑) 낙락장송(落落長松) 금강적송(金鋼赤松)이라도 될까나?
고뱅이재 가는 능선 삼거리에서
모처럼 호젓한 마루금을 홀로 걸어 가는 기분이 꽤 상쾌하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마루금을 따라 931봉을 지나고
900.2봉까지의 산책길 같은 편한 걸음이 마치 동네 뒷산을 걷는 기분이다. 바람이 잦아들기만 바래 보지만 아직은 만만치 않다.
무성한 잡목 숲과 뒤엉킨 산죽 밭을 지나면서 동해에서 오른 쪽 옥계면 산계마을로 이어지는 계곡 길이 또렷하게 보일 즈음
뒤돌아 본 자병산이 북쪽 자락에 처참한 백색 눈물을 자욱지으며 가는 발길을 붙잡는다.
석병산 가는 길의 山竹은 키가 커서 산꾼들의 몸을 전부 덮고도 남는다. 살다보면 내 몸의 잡다한
부스러기와 아만과 옹졸한 상처들이 남았다면 산죽에 떨쳐내고 싶다
고뱅이재 정상에서의 범여
저 웅장한 석병산(1055.3m)의 모습 - 마치 돌로 병풍을 친것 보인다고 해서 석병산이란다
두리봉을 거쳐 드디어 석병산에 선다. 소문대로 우람하면서 신비한 모습이다. 많은 선답자들도 여기 석병산의 모습에 감탄을
했을 터이지만 멀리 자리 잡고 있는 자병산을 보면서 석병산과 자병산의 조화에 더욱 심취했을 것이다. 옛 현인들은 술잔을
기울이면서 혹은 作詩를 하면서 풍류를 즐겼을 듯도 하다. 작시를 했다면 對句를 노래했을 터이다.
‘석병산은 백두산에서 온 길, 자병산은 지리산에서 온 길’
‘석병산에 달이 걸리면 자병산엔 별이 걸린다’
‘석병산은 자병산이 있어 존재하고, 자병산은 석병산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석병산 정상에서 - 한 사람이 서 있기도 힘이들 정도이다.
석병산 북쪽 오름길은 생각보다 그리 가파르진 않고 키 높은 산죽밭들과 어우러지는 키큰 잡목 숲들이 번갈아가며 조망을 가린 채 좀처럼 그 봉우리를 내 놓질 않는다. 상황지미골 삼거리 표지를 두번이나 거치고 나서야 두리봉과 일월봉 갈림길에 다다라 석병산 정상을 향한다.
석병산 바로 밑에 있는 日月門 - 자연의 신비로움에 그저 감탄만 나올 뿐....
멀리 대관령 풍력 발전기 날개들 마저도 선명히 보이는 석병산의 화려한 암봉들에 감탄하며
조심스레 북쪽 뒷면으로 내려가니 병풍 같은 넓은 바위에 멋진 구멍이 뚫린 채 아찔한 뒷면을
보여주고 있는 일월문을 만난다.
북쪽 만덕봉 갈림길을 살펴보다가 바람이 불긴해도 맑은 하늘이 보여주는 강릉쪽 정경이 가깝다.
만덕봉 지나 칠성산 너머로 사람들의 수호신으로 섬겨지는 학산마을 굴산사도 있으리니..
주수천(珠樹川) 아래 강릉 저수지만 아련하다.
좁은 일월봉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을 만큼 바람도 많이 불고 이어지는 등산객들로 붐비는 것이
다소 섭섭했지만 다시 두리봉 갈림길로 돌아서 내려온다
석병산 정상에서 바라본 단풍
두리봉을 향하는 완만한 내림길이 90도 왼쪽으로 꺾으며 작은 고갯길에서 石屛山 북면의 화려한 병풍을 음미한다.
뒤에서 보니 3개의 암봉이다. 높은 2개의 일월봉 외에 아랫쪽에 멋진 암봉이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대간길 정비를 하고 있음이 눈에 띄고, 조망처의 잡목들을 가지쳐가며 산행객들을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모처럼 기분 좋은 공권력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서는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을 보고 배워야 될 일이다.
도대체 그동안 국립공원 입구에 버텨서서 환경보존을 입으로만 외치면서 입구 관리소 건물 짓는데만 퍼붓고,
실제로 대간길을 비롯한 산행로 보호를 위한 과학적인 관리에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냥 귀찮으면 막는게 고작인 한심한 공단...
두리봉(1033m) 에서 마지막 가뿐 쉼호흡으로 오늘 산행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깔끔한 산죽길을 헤치면서 그나마 낙엽쌓인 가을날의 초록은 이 뿐일 것을..
짙은 녹음 속에서 다소 천대받는 느낌이다.
두리봉 오름길 계단에서 다소 날씨도 풀리고 땀이 배어 휴식을 취하니 매우 상쾌하다.
북쪽 계단길을 밟아 두리봉(1034,斗里峰,斗圍峰)에 올라서니 키 큰 갈참나무만 무성하고
표지석은 없고 휴식을 위한 벤취와 테이블이 멋지게 마련되어 있다.
삽답령 내림길에 오늘 산행왔다가 삽답령에서 역산행을 한 후배산꾼 게울이를 반갑게 만난다.
휴식을 겸한 초콜렛 하나로 허기를 면하고...두리봉에서 삽당령으로의 내림길은 지루하리 만큼 완만하다.
발목만 아프지 않으면 그냥 뛰어내려도 좋을 만큼 경사가 별로 없다.
왼쪽으로 석병산을 안고 돌면서 이름 그대로 크다란 원을 그리며 남으로 돌아 내린다.
몇몇 갈림길이 있어 독도에 주의해야 할 곳도 있으나, 표지기들이 많아 다행이다.
많은 선답자들이 알바를 겪은 탓이리라..1시간여의 호젓한 트래킹을 즐긴 후
866.4봉 안부에서 일행들을 만나고 헬기장을 지나니 삽당령을 지나는 차소리가 들려온다.
바삐 잰 걸음으로 삽당령 급경사 내림길에 다다르니 잘 정비 되고 있는 계단을 밟아
임도에 내려서고 다시금 이어지는 숲길을 지나 2-3분 만에 삽당령 도로에 내려선다.
서산에 해가 넘어갈 즈음에 삽답령에 도착하다
왼쪽 당집이 있어 揷當嶺인가..(揷雲嶺,木溪嶺) 인심 박하다고 악명 높은 간이주점
욕쟁이 할머니의 동동주와 전병 맛은 일품이다.
왼쪽 임계 방면에 생태 이동통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 백두대간 길 정비계획표를 본 뒤라 기분이 좋다.
35번 국도를 오가는 차량들 특히 시멘트를 연상시키는 대형트럭들이 과속으로 오가니 매우 조심스럽다.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일주일전에 바로 전 코스를 탈때에는 금방이라도 겨울이 올 것만 같은
날씨가 오늘은 여름날씨 만큼이나 더워서 산행하는데는 약간의 불편을 느낄 정도이다.
정말 오랫만에 당일 백두대간 산행을 해본다
마지막 가을을 만끽하려는 사람들 땜에 백복령에 도착하니 거의 정오가 가까워질 즈음에 워밍업도
없이 산행을 시작했다. 마음만 바빠지고... 오늘 산행 길이도 만만찮은 19km이다
거기다가 어제 강화도 야유회가는 주종불문, 이유불문하고 마신 술 때문인지 초반 생계령까지
5,5km 가는 동안에 몸이 괴롭기만 하고... 생계령에 도착 땀을 쭈욱 빼고나니 조금은 살것 같기만 하다.
이제 이곳에도 서서히 가을이 마무리 돼 가는 느낌이다. 가는 길이 멀기에 부지런히 걷기만 했다.
근데 몸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고 부지런히 석병산에 도착하여 주위의 산세와 모든 만끽하며...
산꾼들은 이 맛에 맛이 가지 않나 생각하며 부지런히 두리봉을 향해 걸었다.
두리봉에 도착하니 갑자기 몰려오는 안개에 앞이 잘 안보이며.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산은 어둠이 빨리온다. 백복령-768봉-생계령-829봉-900봉-고병이재-석병산-두리봉-866봉-삽답령을
19km를 5시간20분에 내려오니 삽답령에는 여명이 몰려오고.... 그 유명한 삽답령 주막집 욕쟁이 할매집에서
밀 전병에 강원도 옥수수 동동주는 꿀맛 같기만 하고... 근데 오늘 새로온 산꾼 하나가 길을 잃어 그 친구
산에서 찾아 오느라 삽답령에서 저녁 9시에 출발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지나고...
후배 산꾼에게 하고 싶은 말 : 자연을 우습게 보지 마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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