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였기에(3)
불교에서는 흔히 공양이란 말을 잘 씁니다.
부처님께서는 경전의 곳곳에서 공양이란 말을 많이 했습니다.
예를 들어 등불, 초, 향, 꽃, 과일, 음식, 약, 의복 등 무엇엔가 이바지하는 온갖 것을 공양이라고 합니다.
그런 것들도 물론 좋은 공양이지만 부처님께서 무엇을 제일 좋은 공양이라고 여기실까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바람직한 공양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가 손님을 청해서 공양을 대접한다고 할 때도 그 사람의 성향이나 취미, 식성을
잘 고려해야 진정한 공양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좋은 대접입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때도 자기가 좋을 대로 생각해서 공양을 올리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공양은 바로 법공양이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보현행원품」에서 많은 공양을 나열했지만 그 가운데서 제일은 법공양이라고 명시 하셨습니다.
법공양이란 좁게는 경전을 출판하여 보시하는 것도 해당되지만 진정한 의미는 정법을 호지하는 것입니다.
정법을 호지하는 것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깨닫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여러가지 물질적인 공양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법을 전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본래의 참모습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법을 호지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정법을 호지하는 방법 중에서도 법을 펴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귀중한 일인 것입니다.
불교에 대한 올바른 사상과 견해가 섰다면 그것을 잘 지킴은 물론 이웃과 사회에 불법을 토해서
이익과 행복을 펴는 일에 좀더 희생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남에게 베푸는 일도 좋은 일이지만 정법에 대한 확신을 갖고 남에게
정신적인 질을 높여 주는 것은 보다 바람직하고 값진 일입니다.
그러한 법공양을 통해 지혜의 눈이 뜨이고 마음의 문이 열려 자신 속의 무한한 값어치를
발견한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된 일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천안광명변관조>는 '천 개의 눈으로 빛을 내어 널리 두루 관찰하여 비춘다'는 말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을 너무 어여삐 여겨 천개의 손으로 이끄시고, 천개의 눈으로 관찰하여
자비를 펼치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관세음보살의 광명을 앉아서만 받을 것이 아니라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배워서 우리도 관세음보살처럼 살도록 능동적인 마음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처럼 지혜와 자비로써 베풀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분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며, 또 그분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바인 것입니다.
계속해서 관세음보살의 공덕을 칭송하는 게송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진실어중선밀어(眞實語中宣密語)
무위심내기비심(無爲心內起悲心)
속령만족제희구(速令滿足諸希求)
영사멸제제죄업(永使滅除諸罪業)
여기서 <진실어중선밀어>는 '진실한 말 가운데 비밀스럽고 불가사의 한 말씀을 베푼다'는 뜻입니다.
진실한 말 가운데 비밀스러운 말씀인 밀어는 바로 진언, 즉 다라니를 일컫는 말입니다.
비밀스럽다는 것은 남이 알아서는 안 될 말이 아니라 중요화고 값진 큰 뜻이 담긴 말이라는 뜻입니다.
앞 장에서 이야기 했듯이 진언을 함부로 해석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진언은 너무 깊은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번역해 버리면 그 값어치가 떨어져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눈으로 말한다'는 표현을 씁니다.
이것은 바로 눈빛은 아주 간단한 언어의 표현이지만 그 진실한 표현 속에는
매우 깊은 마음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으로 <무위심내기비심>은 '아무 조건 없는 마음 가운데 자비심을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놓으면 그것을 자기가 했다는 마음이 항상 앞섭니다.
선행(善行)을 하고서 대가를 바라면 공덕은 없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대가를 바라는 것은 마치 빌려 주었던 돈을 되돌려 받는 것과 같습니다.
<무위심>은 무엇을 베풀어도 베풀어도 베풀었다는 생각이 없는 마음, 다시 말해서
대가도 없고, 조건도 없는 마음을 말하는데 그것은 곧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대가 없이 무엇이든 자꾸 해주고 싶은 마음이 바로 <무위심>과 통합니다.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을 경전에서는 '갓 태어난 어린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관세음보살이 이처럼 아무 조건없이 사랑하듯 우리들도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는 삶이 되어야겠습니다.
다음으로 <속령만족제희구>는 '속히 모든 바라고 구하는 것을 만족하게 해준다'는 뜻입니다.
<희구>는 중생들의 바라는바, 즉 희망사항인 것입니다.
중생들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소원을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으로 하루속히 이루어지도록 해서
만족하게 해주는 게 <속령만족제희구>의 숨은 뜻입니다.
계속 이어지는 <영사멸제제죄업>은 '모든 죄의 업장들을 영원히 소멸시켜 없앤다'는 말입니다.
무엇을 담기 위해서는 그릇을 비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밝음이나 어둠이 실체가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가 지은 죄업은 눈에 보이는
실체는 아니지만 거미줄처럼 얽혀 하나의 영향력으로 나타납니다.
그 영향력은 또 다른 과보를 낳게 되어 업장이 두터워지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의 업장은 참회를 통해서, 여기서는 『천수경』을 읽는 일을 통해서 소멸케 된다는 것입니다.
굳이 밝음을 찾으려고 애쓸 게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어둠만 제거하면 밝음은 저절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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